덩굴장미는 꽃을 피우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을 물들인다. 담장을 따라 흐르고, 아치를 감싸며 벽을 꽃의 폭포로 바꾸어 버린다. 한 송이의 아름다움보다 수 백 송이가 어우러져 만드는 풍성함이 더 큰 매력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송이들은 정원의 낭만을 완성한다. 사진=이영순
정원 중앙에 흰색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유카식물이 자리잡고 있다. 멀리 작은 오두막과 산의 전경이 어우러져 있고 숙근초와 관목이 섞여 풍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이영순
일곱계절 솔잎금계국. 노란 별 모양의 꽃이 빽빽하게 모여 피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사진=이영순
서순미 대표는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6차 산업을 목표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며 “선진 농업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순미 대표가 꿈꾸는 일곱계절은 단순히 꽃을 감상하는 정원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치유와 쉼의 공간이다. 계절마다 자연의 변화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우리 밀을 활용한 먹거리 체험과 음악회, 전시회, 플리마켓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울리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사진=이영순
일곱계절 카페와 다목적문화공간 전경. 정원은 식물을 키우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이어야 한다. 누구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얻고, 건강한 여가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정원, 일곱계절을 기대해본다. 사진=이영순

주말이면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가까운 나들이 장소가 있다. 전남 광양시 옥곡면 대죽리에 자리한 ‘일곱계절'(Seven Seasons Garden)이다. 사철 푸른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이 곳은 자연이 빚어내는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원이다. 향긋한 차 한 잔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지역민은 물론 정원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2일 교외로 나가 차 한 잔 마시자는 지인의 요청으로 옥곡에 있는 ‘일곱계절’에 다녀왔다. 가장 먼저 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우리를 반겼다.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300년이 넘는 노목으로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서순미 대표가 이곳에 정착하게 한 특별한 인연을 맺어준 나무이기도 하다.

기자가 이 곳을 찾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궁금증은 ‘왜 사계절이 아닌 ‘일곱계절’일까’였다.

서순미 대표는 독일의 세계적인 정원가 칼 푀르스터(Karl Foerster)의 영향을 받아 ‘일곱계절’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에 초봄과 초여름, 늦가을을 더해 모두 일곱 계절로 표현한 것이다.

일곱계절이라는 이름에는 자연의 세밀한 변화를 담아내려는 철학이 녹아 있다. 꽃이 피고 지는 순간뿐 아니라 벼과 식물과 고사리류 등 다양한 식물들이 계절마다 만들어내는 변화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다. 실제로 정원 곳곳에는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초봄의 새순과 여린 잎, 초여름의 화려한 꽃, 늦가을의 은은한 색감, 겨울의 고요한 정취까지 사계절 내내 살아 있는 정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요즘 정원에서는 알리움과 밥티시아, 만병초, 눈개승마, 제주참꽃, 호스타 등 다양한 구근식물과 숙근초가 만개하며 초여름 꽃잔치가 한창이다. 곳곳에서 피어난 꽃들이 저마다의 색과 향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며 정원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준다.

이 가든은 칼 푀르스터가 제안한 ‘선큰가든'(Sunken Garden) 개념에 영향을 받아 조성됐다. 선큰가든은 주변 지면보다 한두 단 낮게 만든 정원으로, 공간에 깊이감과 안정감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단순한 관람형 정원을 넘어 자연과 농업, 문화가 어우러지는 정원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야생화 판매를 비롯해 가드닝 교육, 원예 재배, 체험 농장 운영, 우리 밀 포카치아 만들기, 농부 빵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정원의 가치를 일상 속 경험으로 확장하며 사람과 지역을 잇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순미 대표는 일곱계절을 이야기하며 농수로 물길을 활용한 자연형 개울에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공적으로 꾸민 수경 시설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물길이 정원과 어우러져 침식과 퇴적 작용을 하며 더욱 내추럴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서 대표는 처음 이곳을 찾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오랜 기간 휴경지로 방치돼 끝이 보이지 않는 풀밭이 펼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정원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토목 공사를 시작으로 끊임없는 풀과의 싸움, 삽질의 연속이었다. 파종과 삽목, 이식 작업을 2년 가까이 반복한 끝에 비로소 꽃밭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5년 정도가 지나면서 지금과 같은 변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 대표는 “그 과정을 돌아보면 감회가 새롭다”며 “사람의 손길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식물은 계절마다 변화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정원에는 완성이라는 말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는 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며 농산물 판매장과 체험장을 갖추고 유리온실까지 신축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서순미 대표는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6차 산업을 목표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며 “선진 농업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농업의 부가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대표가 꿈꾸는 일곱계절은 단순히 꽃을 감상하는 정원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치유와 쉼의 공간이다. 계절마다 자연의 변화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우리 밀을 활용한 먹거리 체험과 음악회, 전시회, 플리마켓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울리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는 “정원은 식물을 키우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누구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얻고, 건강한 여가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정원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골 전원주택 마당에 심을 화초를 구입하러 온 이들,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방문객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일곱계절을 즐기고 있었다.

계절의 흐름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원. 사계절을 넘어 일곱 계절의 아름다움을 품은 광양 일곱계절은 바쁜 일상 속 쉼표가 필요한 이들에게 특별한 휴식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일곱계절은 치유와 휴식, 체험과 문화가 어우러진 정원 문화의 중심지로서 사람과 자연을 잇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예정이다. 꽃이 피고 지는 시간마저 소중한 추억이 되는 곳, 일곱계절은 오늘도 자신만의 계절을 만들어가고 있다.

문의 : 농업회사법인 일곱계절(서순미 대표 010-6411-7078. 광양시 옥곡면 대죽2길 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