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전남미술관 《데이터 사피엔스》 개막식에서 이지호 관장과 이길용 문화정책관 등 주요 참석 내빈들이 전시관 입구를 배경으로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우측에서 첫 번째 이정섭 교수, 두 번째 김세령 학예연구사,여덟 번째 이지호 미술관장, 아홉 번째 이길용 문화정책관) 사진=이호선
국내외 거장 및 AI 아티스트 11인(팀)의 라인업이 전면에 걸린 《데이터 사피엔스》 전시관 입구 전경. 사진=이호선
이길용 전남광주특별시 문화정책관이 미디어아트 제보 벽면 앞에서 민형배 시장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이호선

옛 광양역사 부지에 자리 잡아 과거의 소통과 교류라는 정체성을 현대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는 전남미술관(관장 이지호)에서 인간의 지혜와 인공지능(AI)의 지능이 교차하는 새로운 시대를 조명하는 뜻깊은 문화예술축제가 열렸다.

전남미술관은 지난 14일, 미술관 지하 1층에서 이길용 전남광주특별시 문화정책관을 비롯해 이상훈 광양창의예술고등학교 교장 및 학생 60여 명, 한국미술협회 전남광주특별시 지회장, 광양상공회의소 회장, 광양제철소 부소장, 광양기업 회장, GS칼텍스 여수 예울마루 관장 등 주요 내빈과 지역 문화예술인, 시민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성황리에 AI 융복합 전시 《데이터 사피엔스(Data Sapiens)》의 개막식을 개최했다.

지난 2021년 3월 22일 개관한 전남미술관은 이번 대규모 전시를 통해 기술과 예술이 결합하는 미래형 남도 미술의 중심 플랫폼으로서의 혁신적인 위상을 다시 한번 입체적으로 증명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을 대신해 이길용 문화정책관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미디어아트의 발전 계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거대한 연혁 벽면 앞에서 내빈들의 축사와 격려가 이어졌다.

이지호 전남미술관장은 개막사를 통해 “이번 《데이터 사피엔스》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국가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기념하여 마련된 매우 뜻깊은 특별 전시”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예술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훌륭한 작품을 출품해 준 국내외 작가 11인과 이 특별한 전시를 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으로 준비해 준 미술관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이길용 문화정책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번 전시회는 인공지능(AI)과 예술의 융합을 심도 있게 다루며 인간의 감각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새롭게 탐구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찬사를 보냈다. 또한 “올가을 개최를 앞둔 ‘제16회 광주 비엔날레’와 더불어 이번 전시가 전남·광주의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위상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과 지혜의 공존, 4개 섹션(Section) 집중 분석

전남미술관은 지난 7월 14일부터 10월 18일까지 이번 전시를 진행한다. 전시에는 백남준, 빌 비올라, 하룬 파로키, 베른트 린터만·피터 바이벨, 2ENTER를 비롯해 박상화, 신도원, 신승엽 등 국내외 거장 및 아티스트 11인(팀)이 참여해 총 14점의 기념비적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이자 바이폴(bipole) 대표인 이정섭이 기술 기획에 협력하여 개념적 설계부터 기술적 구현까지 김세령 학예연구사와 함께 완성했다.

[1섹션] 기술, 감각을 다시 쓰다 (Rewriting Perception through Technology)

예술가들은 언젠가콘덴서와 저항기와 반도체로 작업하게 될 것이다.”— 백남준, 〈매니페스토(Manifesto)〉 (1965)

백남준·아베 슈야,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1969(1972),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사진=이호선

분석 및 해설:1섹션은 인간이 물리적 실체를 손으로 직접 만지기 전에 기술이 매개한 이미지로 세계를 지각하는 변동의 역사를 조명한다. 백남준과 기술 엔지니어 슈야 아베가 공동 개발한 최초의 아날로그 비디오 변형 장치인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통해 비디오 아트의 기술적 뿌리를 확인한다. 또한 하룬 파로키의 2채널 비디오 설치 작품 〈인터페이스〉(1995)는 이미지 편집 테이블과 인간-기계 인터페이스의 관계를 고찰하며, 빌 비올라의 〈관찰〉(2002)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슬로모션을 통해 인간의 깊은 실존적 감정을 기술로 매개해 낸다.

[2섹션] 알고리즘이 그린 풍경 (Landscapes Drawn by Algorithms)

신승백·김용훈, 〈분석 풍경〉, 2025, 4K 비디오, 인공지능 시스템, 사운드. 사진=전남미술관

분석 및 해설:인간의 눈과 감각을 대신해 컴퓨터 알고리즘과 데이터 연산이 우리의 일상과 자연환경을 분류하고 규정하는 시대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다. 신승백·김용훈의 〈넌페이셜 미러(Nonfacial Mirror)〉는 내장된 얼굴 인식 웹캠이 관객의 얼굴을 포착하는 순간 서보모터가 거울의 방향을 돌려버리는 얼굴 회피 메커니즘을 선보인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감정을 지닌 실체가 아닌 점과 대칭의 ‘수치화된 데이터’로만 인식하는 경계를 위트 있게 짚어낸다. 또한 도입부에 마련된 관객 참여형 공간인 〈유전자 정원〉에서는 관객이 선택한 꽃잎과 이미지가 가상의 디지털 생태계를 함께 구성하며 공동 창작자로서의 역할을 환기한다.

[3섹션] 데이터와 몸 사이 (Between Data and the Body)

기술을 통해 자신의 실천을 체화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세계와 맺는 실존적 관계다.”— 돈 아이디(Don Ihde), 〈기술철학〉 (2004)

개막식 당일, 3섹션 전시장 안에서 김세령 큐레이터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전시 유기체 작품들의 핵심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호선

분석 및 해설:모든 것이 수치화되고 디지털 코드로 변환되는 현대 사회에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실재인 인간의 ‘몸’과 ‘신체성’이 지니는 가치를 역설한다. 베른트 린터만·피터 바이벨의 참여형 미디어 작품 〈유 아 코드(YOU:R:CODE)〉(2017)는 거울 앞 관객의 성별, 키, 연령을 실시간 감지하여 디지털 추상 이미지인 바코드로 코드화해 보여준다. 신승엽의 〈객관적 시뮬레이션에 물리적으로 렌더링된 선충 지향 생명체 Mark II〉(2026)는 예쁜꼬마선충의 302개 신경망 뉴런 회로를 완벽히 시뮬레이션 복제해 기계 로봇에 이식함으로써 기계와 실제 생명의 물질적 접점을 탐구한다.

[4섹션] 인간과 AI의 얽힘 (Human-AI Entanglement)

아마도 이 시스템들은 점점 더 협력자에 가까워질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

데이터 사피엔스 4섹션에 전시된 아티스트 그룹 투엔터(2ENTER)의 작품 〈UUID〉. 관람객의 신체 좌표가 실시간으로 분석되어 곡면 파노라마 스크린 속 디지털 별자리로 시각화되는 모습을 한 관람객이 체험하고 있다. 사진=이호선

분석 및 해설:더 이상 인공지능과 인간을 분리된 이분법적 존재나 적대적 경쟁관계로 보지 않고, 서로에게 개입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재구성하는 ‘공동창작의 파트너십’에 도달했음을 선언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투엔터(2ENTER)의 〈UUID: 사용자의 고유한 은하계 주사위〉(2026)는 곡면 파노라마 스크린 앞에서 실시간 스캔된 관람객의 신체 좌표와 자세를 128비트 컴퓨터 고유 식별 코드(UUID)로 변환하고, 이를 우주의 디지털 별자리로 정교하게 시각화하여 구현하며 거대한 공감각적 해방감을 안겨준다.

전남미술관 관계자는 “옛 광양역사 부지가 지닌 소통과 교류의 가치를 이어받아, 올해 전남미술관은 국내외 거장들의 전시부터 미래 혁신 기술 융복합 전시까지 다채롭게 준비했다”라며, “세계 유수의 미술기관들과의 국제 교류 및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전남의 예술을 세계와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전남미술관은 이번 상반기에 남도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선두 초대전》과 공공 유산의 가치를 조명한 《2026 기증작품전》, 문인화의 거장 《직헌 허달재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호평을 받았다. 현재 기증전용관의 《GOOD MORNING MR. PAIK & JUNG》과 벨기에 거장의 《쿤 반 덴 브룩: 지구의 피부》전 역시 예술계 안팎의 뜨거운 성원을 모으고 있다.

다가오는 하반기에는 오는 8월 4일 프랑스 파리의 예술가 레지던시 ‘르원더(Le Wonder)’와 협업한 대규모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국제교류전》이 포문을 열 예정이며, 11월에는 격동기 미학을 다룰 《근대회화전》과 지역 및 동시대 미술의 조화를 꾀하는 《소창기 + 장오토카르》 기획전이 대장정의 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