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왜 현장에 가야 하는가···보도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취재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행사 안내문을 받고,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고, 담당자가 알려준 내용을 정리해 기사를 작성하면 취재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3년 동안 현장을 다니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요즘은 인터넷만 열어도 수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기관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도 잘 정리되어 있고, 사진과 행사 내용까지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굳이 기자가 현장에 갈 필요가 있을까. 나는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현장에 가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행사의 주요 내용과 참석자, 일정 등을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취재를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공식적인 내용보다 그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찍 나와 의자를 정리하는 사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참석자들을 안내하는 자원봉사자, 행사장 한쪽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어르신, 행사가 끝난 뒤 쓰레기를 정리하는 사람들, 보도자료에는 잘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장면에서 오히려 행사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았다. 한 번은 취재 현장에서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이야기는 행사 내용도, 행사가 열리는 이유도, 기관의 사업 성과도 아니었다. “이런 데 나오니까 사람 구경도 하고 좋지”라는 짧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집에만 있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쓰는 기사의 주인공은 행사가 아니라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그 뒤부터 현장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졌다. 행사장에 도착하면 먼저 주변을 살핀다. 누가 바쁘게 움직이는지, 누가 혼자 있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살펴본다.
사진을 찍을 때도 무대 위의 단체사진 한 장으로 끝내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 현장의 분위기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모든 현장이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몇 시간 동안 취재했지만 기사로 쓸 만한 새로운 이야기를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인터뷰를 했지만 결국 평범한 기사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괜히 현장에 왔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경험 역시 다음 취재를 위한 공부가 되어 있었다. 현장에 가야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사람을 만나야 질문이 생긴다. 질문이 생겨야 기사가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취재를 갈 때 가능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고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자가 현장에 간다는 것은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는 일이 아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실제 현장의 모습을 비교하는 과정이다.
보도자료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도자료는 기사 작성에 필요한 중요한 자료다. 다만 보도자료에는 행사의 목적과 결과가 담겨 있다면, 현장에는 그 사이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나는 그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 광양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특히 많이 느낀 것도 이것이다.
광양에는 이름이 알려진 사람보다 이름 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시장 상인, 자원봉사자, 농부, 예술가, 강사, 일하는 시니어. 그들의 하루하루가 모여 광양이라는 도시의 모습을 만든다.
나는 앞으로 그런 현장을 더 많이 찾아가고 싶다. 유명한 행사만 찾아가는 기자가 아니라 작은 마을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는 기자가 되고 싶다.
사람이 있는 곳에 이야기가 있고, 현장에는 그 이야기를 발견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63세에 시작한 기자 생활. 아직도 나는 취재 현장에 가면 배울 것이 많다. 어디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는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가방과 수첩을 챙긴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사람과 이야기가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자는 현장에서 배우고,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며, 현장에서 기록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현장으로 간다.
다음 6회에는 [연재칼럼] 시니어 기자의 기록 ➅
‘사람이 먼저다···한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다는 것’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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