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행사에서는 사회자 역할을 도맡아 한다. 재치 있는 입담과 안정된 진행,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유쾌한 분위기 덕분에 "행사는 권오식 씨가 맡아야 제맛"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문 MC 못지않은 실력 뒤에는 끊임없는 준비와 노력이 숨어 있다. 사진=권오식
권오식 씨(중앙 첫번째 남성)는 포스코OB들의 포스코동우회 봉사단에서 활동중이다. 지역민과 소통하며 재능 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권오식

젊은 시절 직장생활로 미뤄두었던 꿈들은 이제 하나씩 버킷리스트가 되어 현실이 되고 있다. 권 씨는 새로운 악기를 배우고,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진=이영순
권 씨의 하루는 새벽 파크 골프로 몸을 깨우고, 복지관 프로그램과 봉사활동, 자기계발로 하루를 빈틈없이 채운다. 사진은 틈틈이 자전거 라이딩으로 체력을 단련중인 권 씨 모습. 사진=권오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흔한 말이지만 이를 삶으로 증명하는 사람이 있다. 광양 ‘중마노인복지관’에서 만난 권오식(74)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자’는 오유지족(吾唯知足)보다 ‘배움과 도전에는 끝이 없다’는 삶의 철학을 실천하는 신세대 시니어다.

권 씨의 하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새벽에 시작된다. 파크골프로 몸을 깨운 뒤 복지관 프로그램·봉사활동·자기계발로 하루를 빈틈없이 채운다. 웬만한 청소년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웃음으로 맞이하는 그의 모습은 주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는 대기업에서 또래보다 10년이나 더 근무한 뒤 지난해 73세에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은퇴는 쉼표였을 뿐 마침표는 아니었다. 곧바로 중마노인복지관의 ‘열혈 회원’으로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직장생활 중 틈틈이 익힌 색소폰 연주로 요양원·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한 지도 어느덧 10년. 꾸준한 재능기부를 인정받아 광양시장 표창을 2차례나 수상했다. 지금도 더 나은 봉사를 위해 하모니카·팬플루트를 배우며 실력을 쌓고 있다.

복지관 행사에서는 사회자 역할을 도맡아 한다. 재치 있는 입담·안정된 진행·시니어들의 눈높이에 맞춘 유쾌한 분위기 덕분에 “행사는 권오식 씨가 맡아야 제맛”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문 MC 못지않은 실력 뒤에는 끊임없는 준비와 노력이 숨어 있다.

배움에 대한 그의 열정은 자격증에서도 드러난다. 인성교육지도사·노인심리상담사·한자지도사 등 노인 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했다. “언젠가는 쓰일 줄 알고 준비했는데 아직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며 웃지만, 그 준비 과정 자체가 그의 삶을 말해준다.

포스코 멕시코 법인 근무 경험을 살려 통역 봉사에도 참여했고, 지금도 독학으로 스페인어를 공부한다. 젊은 세대에게 ‘꼰대’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시대의 변화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배움은 그에게 취미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젊은 시절 직장생활로 미뤄두었던 꿈들은 이제 하나씩 버킷리스트가 되어 현실이 되고 있다. 새로운 악기를 배우고,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삶. 그의 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나이는 도전의 장애물이 아니라 핑계일 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권 씨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공자의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오늘, 은퇴를 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로 만들어가는 권오식 씨의 삶은 많은 시니어 세대에 깊은 울림을 준다. 활기찬 노후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나누고·도전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그는 몸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