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광양금호도서관 음악당에서 열린 오찬호 작가 초청 특강에서 지역 주민들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이호선
오찬호 작가가 광양금호도서관 음악당에서 일상 속 고정관념과 사회적 편견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호선
오찬호 작가가 강연에서 자신의 저서 《납작한 말들》을 비롯한 여러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호선
광양금호도서관 음악당 앞 로비에 마련된 ‘2026 전남 올해의 책’ 및 《납작한 말들》 도서 진열 코너. 사진=이호선

광양금호도서관은 지난 10일 도서관 음악당에서 전남도서관이 추진하는 ‘2026 전남 올해의 책 「찾아가는 작가 강연」’의 일환으로, 비문학 부문 선정 도서 《납작한 말들》의 저자 오찬호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개최했다.

이날 강연에는 지역 주민 38명이 참석했다. 사회학을 전공한 오 작가는 ‘우리의 삶은 납작하지 않습니다’를 주제로 강연하며 일상에서 무심코 받아들이는 고정관념과 사람을 특정 기준으로 단순화해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문제를 짚었다.

오 작가는 이날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다가 아니라,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행복을 온전히 개인의 마음가짐이나 생각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사회적 시선을 비판했다.

개인이 처한 환경과 사회적 조건을 배제한 채 타인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의지 부족으로만 바라볼 경우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년 남성의 고독사 문제 등을 사례로 들며 개인의 외로움과 고립을 개인적인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구조의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공과 부를 향한 강박이 타인을 평가하고 차별하는 기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건강한 식단이나 생활방식 등 개인의 선택이 윤리적 잣대처럼 작용하면서 특정 음식을 혐오하거나 자신의 선택을 타인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적 배타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개인의 성공을 오롯이 극기와 노력의 결과로만 해석하는 ‘극복 서사’의 문제점도 짚었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단순화할 경우 성취하지 못한 사람을 게으르거나 노력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면서 성공한 여성이나 지방대 출신 성공담 등을 통해 노력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방식 역시 사회적 조건과 구조적 차별의 문제를 개인의 의지로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MBTI 등 성격 유형 검사의 오남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 작가는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이해하려는 방식이 편리할 수 있지만, 이를 지나치게 신뢰하면 타인을 특정 유형으로 단정하고 관계의 가능성을 좁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신이 가진 생각과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강화될 수 있다며, 사람을 하나의 유형이나 특징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각자의 다양한 경험과 삶의 맥락을 함께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는 “오랜 세월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 속에 살아온 중장년·노년 세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오 작가는 가부장적 남성성의 문제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혐오의 구조를 짚었다.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교육이 여성의 지위를 상대적으로 낮게 규정하고, 가정의 화목 역시 불평등한 성 역할 분담을 전제로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로의 삶과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를 특정 기준으로 규정하거나 배제하기보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호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강연이 시민들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와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일상 가까이에서 책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강연은 행복과 성공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성별과 성격 유형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사람과 삶을 쉽게 단순화해 바라보는 방식을 돌아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는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이어 참석자들을 위한 사인회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