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봄 환경교육센터에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그린리더 교육을 받으며 광양제철소가 국내 탄소 배출량 상위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접했다. 철강산업이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광양제철소가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새롭게 다가왔다. 철강산업은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지만, 탄소중립 시대에는 반드시 변화해야 할 산업이기도 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러던 중 광양제철소가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로를 준공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탄소를 줄이면서도 철강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과연 전기로가 철강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해졌다.
탄소 배출을 최대 75% 줄일 수 있는 저탄소 생산체제를 기반으로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고 미래 철강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면서 광양이 국내 철강산업 탈탄소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지난 6월 준공된 전기로공장은 단순히 공장 하나가 늘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탄소중립 시대를 향해 본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상징적인 이정표다.
마침 6월 17일부터는 철강산업지원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도 시행됐다. 세계 철강산업이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 놓인 가운데 국가 차원의 지원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현장 한가운데 광양제철소 전기로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4년 2월 전기로 공사에 착공해 약 6천억 원을 투자했고, 연인원 27만 명의 인력이 참여한 끝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로를 완공했다. 이 시설은 연간 25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전기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기존 고로가 철광석과 석탄을 이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라면, 전기로는 철스크랩, 즉 고철을 재활용해 쇳물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기존 고로 대비 최대 75%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세계 시장은 이미 탄소를 적게 배출한 철강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국가 온실 가스 감축목표(NDC)강화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와 조선, 가전업체들 역시 저탄소 강재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 철강의 경쟁력은 품질과 가격뿐 아니라 탄소배출량까지 포함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전기로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급 자동차 강판이나 고기능성 강재 생산에서는 여전히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포스코가 전기로 쇳물과 고로 쇳물을 혼합하는 ‘합탕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환경 생산과 고품질 강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더 나아가 포스코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실증도 추진하고 있다.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로, 철강산업의 궁극적인 탄소중립 해법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우리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 고환율, 보호무역 강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길은 있다. 탄소를 줄이면서도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광양의 전기로는 단순한 생산설비가 아니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이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내딛는 첫걸음이다. 언젠가 이 전기로의 불꽃이 우리 철강산업의 재도약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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