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니어클럽 카페 ‘모두’에서 인터뷰 대상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려윤 기자. 좋은 기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데서 시작된다. 사진=김려윤

‘사람이 먼저다···한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다는 것’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것이 기자의 첫걸음이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좋은 기사란 정확하고 잘 쓴 기사라고 생각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빠짐없이 담고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으면 좋은 기사가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3년 동안 현장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기사보다 먼저 보아야 할 것이 사람이었다. 취재 현장에서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행사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며, 인터뷰도 해야 한다. 기사를 작성할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있다.

그럴수록 놓치기 쉬운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행사장에 도착하면 먼저 행사 순서와 주요 참석자를 확인하게 된다. 어떤 내용이 기사에 들어갈지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고 메모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조금 다르게 현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행사장 한쪽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은 왜 이곳에 왔을까. 누군가는 왜 행사 시작보다 한참 일찍 나와 있을까.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무 말 없이 의자를 정리하고 있을까. 이런 작은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 행사는 무엇을 했습니다”라는 사실은 보도자료에도 나와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곳에 와서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좋았습니다”라는 이야기는 그 사람의 입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다.

나는 그것이 현장 취재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기자는 사람의 말을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

특히 시니어 기자로 활동하면서 이 점을 더욱 많이 느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시니어들은 저마다 살아온 시간이 있다. 젊은 시절의 직업과 가족 이야기, 은퇴 후의 삶,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까지 한 사람의 삶에는 기사 한 편으로 다 담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급하게 묻고 답만 받아 적는다면 좋은 인터뷰가 되기 어렵다. 때로는 질문보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꺼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 그것 역시 기자가 배워야 할 취재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사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사람을 기사거리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취재 대상자는 기사를 만들기 위한 소재가 아니다.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녀이며, 이웃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따라서 기자에게는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책임뿐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인터뷰한 사람의 말을 자극적으로 편집하거나 본래 뜻과 다르게 전달해서도 안 된다. 사진 한 장을 사용할 때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기자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기사를 쓰기 전에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이 사람이라면 이 기사를 읽고 어떤 마음이 들까’ 이 질문은 글을 쓰는 데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조금 더 정확하게 확인하게 되고, 불필요한 표현을 줄이게 되며,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된다.

기자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몇 명을 만났느냐가 아니라 한 사람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느냐일지도 모른다.

광양에는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시장 한쪽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상인도 있고, 이름을 알리지 않고 봉사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시니어도 있고, 새로운 꿈을 찾아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앞으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한다. 화려한 뉴스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힘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지역의 소중한 기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3세에 시작한 기자 생활. 처음에는 광양을 좀 더 알고 싶었고, 기사를 잘 쓰고 싶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고, 사람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듣고, 그 사람의 마음까지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기사를 쓰고 싶다.

기사 한 편은 언젠가 잊힐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기록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그 사람에게는 오랫동안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사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려고 한다.

좋은 기사는 좋은 문장에서 시작될지 모르지만, 좋은 취재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63세에 기자가 된 내가 3년 동안 현장에서 배운 또 하나의 기자의 원칙이다.

다음 7회에는 [연재칼럼] 시니어 기자의 기록 ➆

‘한 장의 사진이 기사를 완성한다···사진은 말보다 먼저 현장을 보여준다’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