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기는 속일 수 없다.”
옛 어른들은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오면 아무리 덥던 날씨도 한풀 꺾인다고 했다. 실제로 백로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고, 계절은 어느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여름 우리가 겪은 더위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고, 한때는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가을이 찾아온 지금, 무더위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내년 여름은 또 얼마나 더워질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올해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다. 최근 히말라야에서도 기후 위기의 무서운 경고음이 울렸다. 지난 8월 네팔과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는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홍수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수천 명이 실종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산악 지형이 불안정해지면서 이같은 재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올봄 기자는 광양환경교육센터에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그린리더 교육을 받았다. 교육에서 접한 기후 위기의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세계기상기구(WMO) 등 국제기구와 과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년~1900년)보다 이미 1.15도 높아졌으며,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 최근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이 1℃ 남짓 올랐다고 하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폭염과 가뭄, 폭우와 홍수, 대형 산불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2023년 캐나다에서는 대규모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미국 동부까지 영향을 미쳤고,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도 대형 산불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 기록적인 폭염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와 숲, 동물과 식물도 영향을 받는다. 부화할 때 주변 모래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일부 거북이는 지구온난화로 암컷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상기후로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들면 우리의 밥상과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인 동시에 우리의 건강과 경제, 식량과 생활의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기후위기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거대한 문제여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든다.
하지만 그린리더 교육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덜 사고, 오래 쓰고, 다시 쓰는 것.” 물건 하나를 만드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운반하고 사용하고 버리는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러니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있는 물건은 최대한 오래 사용하자. 고쳐 쓰고, 나누어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생활화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보자. 사용하지 않는 전등은 끄고, 냉난방 에너지도 조금씩 아끼자. 음식도 먹을 만큼만 준비해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이자. 나무 한 그루를 심고 가꾸는 것도 좋은 실천이다.
“누군가 하겠지”에서 “내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 특히 우리 시니어 세대에게는 이미 훌륭한 탄소중립의 경험이 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물건 하나를 쉽게 버리지 않았다. 떨어진 단추를 달아 입고, 찢어진 옷은 기워 입었다. 음식도 남기지 않았고, 필요한 것은 이웃과 나누어 사용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재사용·절약·자원순환’이 사실은 우리 세대가 살아온 생활방식이기도 하다.
거창한 환경운동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의 작은 실천이다. 한 사람의 실천은 작아 보이지만, 그 실천이 가족으로, 이웃으로, 지역사회로 이어지면 생활 문화가 된다.
올해의 더위를 단순히 ‘유난히 더웠던 여름’으로 기억하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가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올해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되지 않도록.”
지구를 지키는 일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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