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에 몰입하다 보면 끼니를 놓치기 일쑤지만, 사람의 이야기가 끝난 뒤 찾아오는 허기는 늘 정직합니다. 이때 마주하는 한 끼의 밥상은 취재의 마무리가 아닌, 현장의 온기를 체감하는 또 다른 시작입니다. ‘취재하다 만난 광양의 밥상’은 일부러 찾아간 맛집이 아닌, 마을 골목과 삶의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음식들을 기록합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과 혼자서도 어색하지 않은 자리, 그 속에서 말없이 오가는 투박한 정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기록들이 광양의 소박한 풍경을 깨우고,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삶을 확인하는 정겨운 이정표가 되길 소망합니다.
“뜨거운 전골 한 냄비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취재를 마치고 광양시 중마동 도심 뒷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찾은 오래된 순댓집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다. 12시를 넘기자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다. 잠시 기다린 끝에 겨우 한 자리가 났다.
주저 없이 순대곱창전골을 주문했다.
잠시 후 커다란 전골냄비가 상 위에 올려졌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붉은 국물 사이로 순대와 곱창, 들깻가루, 대파와 깻잎이 어우러져 진한 향을 뿜어냈다. 첫 국물을 떠먹는 순간 얼큰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쫄깃한 곱창과 부드러운 순대가 어우러진 맛은 취재로 지친 몸을 단숨에 풀어주었다.
뜨거운 국물을 마주하니 오래전 시장 골목에서 맡았던 순댓국 냄새와 친구들과 둘러앉아 전골을 나눠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추억까지 되살리는 힘이 있다.

광양 골목을 지키는 따뜻한 밥집
광양 중마동은 제철소와 신도심이 함께 성장한 도시이다. 넓은 도로와 현대적인 상가가 늘어서 있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세월을 견뎌온 작은 식당들이 여전히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인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혼자 식사하는 사람도, 가족과 함께 온 손님도 한 냄비를 사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겨운 풍경이다.
이런 골목 식당은 광양 사람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품어주는 또 하나의 쉼터다.
순대곱창전골, 함께 먹는 음식의 미학
순대곱창전골은 순대와 돼지곱창, 양배추, 버섯, 대파, 깻잎 등을 얼큰한 육수에 넣고 끓여 먹는 우리나라 대표 전골요리이다.
전골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맛이다.
처음에는 담백한 국물이 점점 곱창의 고소한 맛과 채소의 단맛이 어우러지며 진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식사가 끝날 무렵 볶아 먹는 볶음밥까지 더하면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전골은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먹을 때 더욱 맛있다. 끓는 냄비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음식보다 사람의 정이 더 깊게 남는다.

음식 이야기, 순대는 우리 식문화의 오래된 유산
순대는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 음식이다.
고려와 조선시대 문헌에도 순대와 비슷한 음식이 등장하며, 예부터 명절이나 잔칫날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만들어 먹었다. 당시에는 돼지 창자에 선지와 곡물, 채소를 넣어 삶아 먹었으며, 지금처럼 당면을 넣는 방식은 근대 이후 널리 보급되었다.
지역마다 순대의 모습도 다양하다.
강원도의 오징어순대, 전라도의 피순대, 함경도의 아바이순대, 제주도의 메밀순대는 각 지역의 식문화와 생활환경을 담아낸 향토 음식이다.
곱창 역시 오래전부터 버려지지 않고 다양한 조리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쫄깃한 식감과 깊은 풍미 덕분에 순대와 함께 전골이나 볶음 요리로 발전하면서 오늘날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건강하게 즐기는 순대곱창전골
순대에는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하고, 곱창에는 비타민 B군과 무기질이 들어 있어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함께 넣는 깻잎과 버섯, 양배추, 대파는 식이섬유와 비타민을 보충해 주며, 얼큰한 국물은 입맛을 돋운다.
다만 곱창은 지방 함량이 비교적 높은 음식이므로 과식하기보다는 채소를 충분히 곁들여 균형 있게 먹는 것이 좋다.

한 그릇의 음식이 전하는 온기
취재를 하다 보면 이름난 맛집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주인의 손길, 손님들의 웃음소리,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전골냄비….
그 모든 풍경이 어우러져 한 그릇의 음식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된다.
광양의 골목은 오늘도 따뜻한 밥상을 차려 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순대곱창전골 한 냄비 앞에서 허기를 달래고 마음까지 데우며, 다시 취재 길에 나선다.
좋은 밥상은 배를 채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을 이어 주고, 추억을 되살리며, 삶의 온기를 나누는 또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