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한 자료를 컴퓨터와 노트북으로 정리하며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김려윤 기자. AI를 활용하더라도 최종 판단과 사실 확인은 기자의 몫이다. 사진=김려윤

‘AI 시대에도 기자가 필요한 이유···AI는 글을 만들 수 있지만, 현장을 대신할 수는 없다’

생성형 AI를 처음 접했을 때가 기억난다. 기자가 된 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AI 교육에 참여했지만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웠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AI가 만들어낸 답변이 정말 맞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씩 사용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사의 초안을 정리하고, 긴 자료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제목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 비교해 보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AI가 기사를 쓸 수 있다면 기자가 꼭 필요할까?

3년 동안 현장을 다니며 기자 생활을 해온 나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기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AI는 빠르게 글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AI가 직접 행사장에 가서 사람을 만날 수는 없다. 현장에서 누군가의 표정을 보고, 목소리의 떨림을 듣고,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알아차리는 일은 기자의 몫이다.

AI에게 행사 보도자료를 입력하면 깔끔한 기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행사장 한쪽에서 조용히 눈물을 닦고 있던 사람의 이야기는 보도자료에 없다.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나와 의자를 정리한 사람의 수고도 자료에는 담겨 있지 않을 수 있다.

기자는 바로 그런 현장의 빈틈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AI를 배우면서 오히려 기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됐다. AI는 정보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무엇을 취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자의 몫이다.

AI가 만들어준 문장을 그대로 기사로 사용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AI가 항상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자료나 잘못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AI가 제공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원자료를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직접 취재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기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글을 빠르게 생산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하는 능력,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능력,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나는 AI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활용하면 기자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의 초안을 정리하거나 자료를 분류할 때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복적인 작업에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면 기자는 그만큼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취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판단은 기자가 해야 한다.

AI가 만들어준 문장이라고 해서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 한 장이 있다고 해서 그 장면의 의미를 AI가 모두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기사의 책임은 기자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AI를 사용할수록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재하고, 확인하고, 질문하고, 듣고, 기록하는 것. 기자의 기본은 AI 시대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정확한 정보를 골라내고 사실을 확인하는 기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그중에는 사실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있고, 누군가의 주장이나 의견이 사실처럼 퍼지는 경우도 있다. AI가 이런 정보를 빠르게 정리해 준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기자에게는 더 큰 책임이 필요하다.

나는 63세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있다. 파워포인트를 배우고, 생성형 AI를 배우고,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나이에 이런 것까지 배워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기자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자가 AI보다 더 빨리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AI가 빠르게 글을 만드는 시대일수록 기자는 천천히 사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빠르게 생산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것이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자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AI를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사진과 영상을 분석하며,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가 늘어날 것이다. 나 역시 그 변화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배워야 하고, 익혀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자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삶을 직접 살아줄 수는 없다. 지역의 골목을 걸으며 주민을 만나고, 시장 상인의 목소리를 듣고, 봉사자의 땀을 바라보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기사로 기록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AI 시대에도 기자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AI는 기자에게 새로운 도구를 주었다. 하지만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기자에게 달려 있다. 나는 앞으로도 AI를 배우면서 동시에 현장을 더 많이 찾고 싶다. 기술은 배우되 사람을 놓치지 않는 기자. 빠른 글보다 정확한 글을 쓰는 기자. 많이 쓰는 기자보다 필요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자.

그것이 63세에 기자를 시작한 내가 AI 시대에 선택하고 싶은 기자의 모습이다.

AI가 글을 쓰는 시대에도 기자는 현장에 간다. 사람을 만나고, 사실을 확인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가방과 수첩을 챙긴다. AI에게 맡길 수 없는 이야기가 아직 현장에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연재칼럼] 시니어 기자의 기록 ⑨

‘취재는 발품에서 시작된다···걷고, 만나고, 물어야 비로소 보이는 이야기’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