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 생태호수공원 이곳에 있던 농촌 마을이 산업도시로 급격한 변화로 집단이주 했다 예전에는 논 밭 중심의 농촌으로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시절도 있었다. 2019년 이곳에 옛 마을터 유래비가 건립되었다. 사진= 박분옥

광양시 마동 생태호수공원 한편에는 ‘옛 마을터’라 새겨진 표지석이 조용히 서 있다. 이곳은 한때 ‘불로·세동·행정’이라 불리던 자연마을이 자리했던 삶의 터전이었다.

광양시는 2019년 3500만 원을 투입해 ‘마을 유래비 건립사업’을 추진했다. 마을유래비 건립 추진위원회(위원장 이계홍)를 발족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표지석을 건립했다. 제막식에는 광양시장과 국회의원 등 다수의 인사와 각지에 흩어져 살던 옛 불로·행정·세동 마을 주민 등 수십 명이 참석해 의미 있는 자리를 함께했다.

지금은 산책로와 호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도시 공간이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논과 밭이 펼쳐진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마동저수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 마을은 물이 풍부해 벼농사가 잘되던 곳으로, 주민들은 농사를 기반으로 서로 돕는 공동체 생활을 이어갔다.

마을 이름에도 당시의 모습이 담겨 있다. ‘불로'(佛老 또는 不老)는 불교와 관련된 터전이었거나 오래도록 평온하게 살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세동'(細洞)은 좁고 아늑한 골짜기 마을을 뜻한다. ‘행정'(杏亭)은 살구나무 아래 정자가 있어 주민들이 모이던 쉼터를 의미하는 이름이다.

당시 마을은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이었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에는 푸른 논이 물결쳤으며, 가을이면 황금빛 들판이 펼쳐졌다. 마을 어귀의 정자에서는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주민들은 품앗이로 농사를 지으며 정을 나눴다. 지금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 도시화에 조용히 묻혔지만, 산업화에 따라 유입된 외지인들이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옛 마을의 숨결과 함께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끔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을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현재는 생태호수공원과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했으나, 변화 속에서도 ‘옛 마을터’ 표지석과 안내석은 이곳이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대대손손 정겹게 살아오던 사람들의 애환이 깃든 소중한 고향이었음을 전하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도시가 발전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옛 마을의 기억을 기록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며 “시민들이 산책하며 이곳의 역사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라진 마을은 더 이상 지도에 남아 있지 않지만, 그 기억은 공원 속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