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양시 진상면 외금마을 회관 앞에서 외금마을발전협의회 회원들과 광양시니어클럽 ‘우리동네 방역환경봉사단’ 어르신들이 방역 장비를 갖추고 활동 시작 전 안전을 다짐하고 있다.사진=이호선
외금마을발전협의회 회원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연막 소독기를 이용해 마을회관을 시작해서 안길과 좁은 농수로까지 꼼꼼하게 방역하고 있다.오토바이를 이용해 골목구석구석까지 연막을 살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사진=외금마을
주황색 활동 조끼를 입은 광양시니어클럽 ‘우리동네 방역환경봉사단’ 어르신들이 마을 야외 운동기구를 꼼꼼하게 닦고 주변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어르신들의 세심한 손길 덕분에 주민들의 쉼터가 한층 쾌적해졌다. 사진=이호선

지난 1일 토요일 오후 5시, 찌는 듯한 가마솥더위가 기세를 부리는 광양시 진상면 외금마을회관 앞. 하얀 방역 연기와 함께 묵직한 엔진 소리가 마을 안길에 울려 퍼진다. 방호복과 보호장구를 꼼꼼히 갖춰 입은 마을 주민들과 주황색 활동 조끼를 입은 어르신들이 손발을 맞춰 마을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간다.

“자, 오늘은 3가구 어르신 댁 마당 구석 농수로 쪽을 더 신경 써서 칩시다!”

“이쪽 운동기구랑 클린하우스 주변은 저희 봉사단이 벌써 깨끗이 닦고 유충 약제까지 살펴봤습니다!”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와 해충으로부터 청정 마을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과 지역 어르신들이 뭉쳤다. 외금마을발전협의회(회장 정용륜)와 광양시니어클럽(관장 반영승) ‘우리동네 방역환경봉사단’이 손을 잡고 펼치는 ‘민간 주도형 협력 방역’ 현장이다.

진상면 외금마을은 고려 말인 1380년경 진주 정씨가 처음 정착한 이래, 1789년 ‘금련촌’, 1912년 ‘외금리’를 거쳐 1987년 행정구역 재편으로 지금의 지명을 갖추게 된 645년 역사의 터전이다. 현재 51가구 90여 명의 주민이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으며, 이 중 43가구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특히 이곳은 진상유기농쌀영농조합법인을 중심으로 고품질 친환경 유기농 쌀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청정 지역이다. 하지만 마을 주변에 발달한 배수로와 농수로는 여름철만 되면 모기와 하루살이, 파리 등 해충이 서식하기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이어지자, 마을은 관(官)의 지원만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2024년부터 마을 기금을 모아 연막소독 방역기 2대와 휴대용 소독기, 방역 약품 및 보호장구를 직접 구입했다. 박충금 마을이장과 발전협의회 위원 등 총 12명이 뜻을 모아 6명씩 2개 조로 나누어 격주로 방역 봉사에 나선 것이다.

현재 외금마을은 7월 초부터 추석 전인 9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정기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광양시에서 매월 1회 지원하는 하수구 유충 제거 소독과 더불어, 마을 자체의 밀착형 연막 방역이 더해지면서 해충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외금마을 방역 현장은 더욱 활기차졌다. 광양시니어클럽의 노인공익활동사업인 ‘우리동네 방역환경봉사단(우.동.방)’ 어르신들이 구원투수로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우.동.방’ 어르신들은 월 10회에 걸쳐 마을 공공시설물(야외 운동기구 등) 소독 및 청소, 마을 클린하우스(쓰레기 수거장) 환경 정비, 방역 취약 지역 사전 점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을발전협의회가 강력한 연막 소독기와 장비를 들고 마을 안길과 집 안팎의 해충을 퇴치하는 ‘화력 지원’을 담당한다면, 우.동.방 어르신들은 꼼꼼한 눈썰미로 마을 구석구석의 청결을 책임지고 안전 미팅 및 동선 통제를 돕는 ‘세심한 밑작업’을 맡는다.

이 두 조직의 완벽한 콤비 플레이는 외금마을을 해충 청정 지대로 변모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발전협의회 회원들이 좁은 골목이나 농수로 등 기계 방역이 어려운 곳을 맡으면, 우.동.방 어르신들이 휴대용 소독기로 다시 한번 꼼꼼하게 처리하는 등 서로의 사각지대를 메워주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방역 현장에서 만난 박충금 외금마을이장은 “우리 마을은 유기농 벼를 재배하는 청정 지역인 만큼 여름철 해충 관리가 주민 생활환경은 물론 농업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올해도 시니어클럽 ‘우.동.방’ 참여자 어르신들이 손발을 맞춰 힘을 보태주신 덕분에 훨씬 촘촘하고 안전한 방역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외금마을발전협의회 정보기 총무 역시 “마을 자체 방역 활동은 단순한 해충 퇴치를 넘어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공동체를 유기적으로 엮어주는 매개체”라며 “어르신들의 열정적인 활동상과 발전협의회의 체계적인 운영을 결합해 올여름 우리 마을 주민 모두가 건강하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모기와 해충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야외 활동에 큰 제약을 받았던 어르신들은 마을 자체 방역이 시작된 이후 생활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마을 주민은 “예전에는 해만 지면 마당에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모기가 극성이었는데, 요즘은 마을에서 매주 소독을 해주고 어르신들이 공공시설까지 깨끗하게 관리해주니 모기가 싹 사라졌다”며 “마을 일에 직접 나서주는 발전협의회와 시니어 봉사단 덕분에 청정 외금마을에 사는 보람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었다.

스스로 마을의 환경을 지키겠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어르신들의 노년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 시니어 일자리 사업의 만남. 광양 진상면 외금마을이 보여주는 ‘자체 방역 연계 모델’은 여름철 해충 문제로 고민하는 수많은 농촌 마을에 아주 훌륭한 해법과 온기를 선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민간 주도형 협력 모델이 더욱 활성화되어 농촌 공동체가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