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의 한 농협 지점에서 근무 중인 광양시니어클럽 시니어 금융지원단 참여자 김택근 시니어가 고객 안내 업무를 수행하며 현장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사진=문성식
광양시 옥곡면에 위치한 광양동부농협 옥곡지점 전경. 시니어 금융지원단이 배치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금융 안내와 고객 응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문성식
광양동부농협 옥곡지점 내부 전경. 지점장과 직원들이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친절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문성식

다시 출근하는 삶김택근 씨가 찾은 노년의 자존감

벚꽃이 휘날리는 따뜻한 봄 날, 전남 광양시 광양동부농협 옥곡지점에서 만난 김택근(남·70) 시니어는 “일을 하니 다시 사회의 일원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삶의 의미를 회복하는 현장, 그 중심에는 시니어 금융지원단과 광양시니어클럽(관장 반영승)이 있었다.

김택근 시니어의 하루는 아침 출근으로 시작된다. 은퇴 이후 무료했던 일상은 사라졌다. 대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사람을 만나며 역할을 수행하는 일상이 자리 잡았다.

그는 시니어 금융지원단 참여자로 농협 지점에서 고객 안내 업무를 맡고 있다. 출입문을 열어주고 번호표를 뽑아주며, 어르신 고객의 금융 업무를 돕는다. 단순한 역할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다.

김 시니어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적극적으로 다가가니 고객들이 먼저 말을 건넨다”며 “손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원 과정도 쉽지 않았다. 금융지원단은 약 50명을 선발하는데 300여 명 이상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그는 교정직 관련 업무 협력과 봉사활동, 수상 이력 등 36년에 걸친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아왔으며, 이러한 이력은 현장에서의 책임감과 대인 응대 능력 측면에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변화는 삶의 태도였다. 김 시니어는 “일을 하면서 더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며 “가만히 있는 것보다 훨씬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가족들도 그의 변화를 반긴다. 자녀들은 경제적 이유보다 아버지가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그는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일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하루 3시간 근무로 소득은 제한적이다. 근무 공백이 생기면 급여가 줄어드는 점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그는 “돈보다 중요한 건 내가 필요하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니어 금융지원단 참여자가 농협 지점에서 친절하고 자상하게 번호표 발급을 돕는 등 고객 안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문성식
광양동부농협 옥곡지점에서 근무 중인 김택근 시니어가 출입문을 열어주며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밝은 표정과 자상한 응대로 방문객을 환대하며 지역 금융 현장의 따뜻한 첫인상을 만들고 있다. 사진=문성식

“50명이 27곳 지킨다금융지원단의 역할과 현장

김기옥 사회복지사는 시니어 금융지원단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50명의 참여자가 27개 금융기관에 배치돼 있다.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지역 금융 현장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김 복지사는 “대부분 지점에 2명이 오전·오후로 나뉘어 근무한다”며 “소규모 지점은 1명만 배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고객 안내다. 번호표 발급, 창구 안내, 자동화기기 이용 지원, 환경 정리 등이 포함된다. 특히 고령 고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필수 인력으로 평가된다.

그는 “은행 입장에서도 고객 응대 부담이 줄어 만족도가 높다”며 “민원이나 문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시니어 참여자들은 같은 세대 고객과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이는 젊은 직원들이 채우기 어려운 부분이다. 보이스피싱 예방과 금융 안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여자들의 태도 역시 눈에 띈다. 김 복지사는 “이 일을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직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제도 있다. 고객이 적은 지점에서는 무료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도심 본점은 업무 강도가 높다. 일부 참여자는 대중교통 이용으로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인력 부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김 복지사는 “현장에서는 추가 인력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원이 제한돼 있다”며 “향후 확대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주목할 사례도 있다. 전체 50명 중 남성 참여자는 2명뿐이다. 그중 옥곡지점에서 근무하는 김택근 시니어는 우수 참여자로 꼽힌다. 김 복지사는 “고객 응대가 부드럽고 세심해 현장에서 칭찬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참여자들에게 “지금처럼 자부심을 갖고 임해 달라”며 “금융지원단은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2067명 일자리광양시니어클럽의 성장과 성과

이 같은 현장의 중심에는 광양시니어클럽이 있다. 이 기관은 2026년 기준 2067명의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은 ▲노인공익활동 ▲노인역량활용 ▲공동체사업 ▲취업지원 등 4개 유형, 총 21개 사업단으로 구성된다. 단순 일자리 제공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사회참여 기회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성과도 뚜렷하다. 광양시니어클럽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노인일자리 평가에서 연속으로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특히 2024년 ‘노인역량활용사업’ 부문에서는 인센티브를 받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전문 교육 기반 일자리도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1%나눔재단 지원으로 진행된 인재양성 교육은 안전관리사, 바리스타,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시니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광양시니어클럽 반영승 관장은 시니어 일자리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르신들은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광양시니어클럽이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안전과 전문성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안전관리사 일자리’ 도입은 고령사회에 필요한 안전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어르신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넓히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일자리가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사회 구조 변화를 이끄는 핵심 축이라고 본다. 고령화 시대에 ‘일하는 노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광양의 시니어 일자리 현장은 이를 보여준다. 김택근 시니어의 하루는 단순한 근무를 넘어선다. 그것은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며, 그 연결이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