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가을 들녂에 힘차게 솟아있는 백운산 억불봉이 그 위용을 자랑하는 모습. 중흥사 가는길에 억불봉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이경희
광양시 옥룡면 중흥사에 들어가기 전에 세심정에서 옷깃을 여미고 마음도 닦으러는 세심정이다. 사진=이경희
중흥사 입구에서 ‘백운산 중흥사’, ‘천왕문’, ‘대웅전’ 현판이 한눈에 들어와 독특한 경관을 이루는 사진이다. 사진=이경희
중흥사 삼층 석탑으로 높이는 3.8m이며, 1963년 보물로 지정돼 기단부에 팔부신장을 새겨 놓아 섬세한 조각 솜씨를 보여준다. 사진=이경희
중흥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화유산이 쌍사자석등이다. 두 마리 사자가 마주 선 형태로 석등을 받치는 독특한 조형미가 돋보이는 유물로, 우리 석조미술의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그 석탑이 있던 옛 자리를 추측한 사진이다. 사진=이경희
중흥사의 역사와 불교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1986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석조 지장보살 반가상이다. 사진=이경희
중흥산성으로 남북국시대 때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며, 자연 지형을 활용해 흙을 시루떡처럼 층층이 다져 쌓은 토성이다. 성의 둘레는 약 4㎞에 이른다. 사진=이경희
가을 들판을 황금색으로 물들인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이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중흥사 가는길에 촬영했다. 사진=이경희

가을이 깊어지면 산은 고요한 빛으로 물들고, 바람은 오래된 역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광양시 옥룡면 백운산 자락에 자리한 중흥사는 이러한 가을의 정취와 천년 고찰의 역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산새 소리와 바람 소리를 벗 삼아 걷다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우리 선조들의 흔적과 문화유산의 소중함도 되새기게 된다.

‘중흥사’는 신라 경문왕 때 도선국사가 ‘운암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중흥산성과 함께 역사의 굴곡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중흥사로 향하는 길은 옥룡면과 봉강면이 이어지는 지점에서 산 위쪽으로 약 2㎞를 더 올라가야 한다. 걸어서 오르기에는 다소 힘이 들지만, 가을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산새 소리와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길손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절 입구에 이르면 세심정이 있어 방문객이 마음을 씻고 가다듬으라는 뜻을 담은 정자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음을 정돈한 뒤 절로 향하면, 속세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고요한 산사의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다.

특히 중흥사 입구에서는 ‘백운산 중흥사’, ‘천왕문’, ‘대웅전’ 현판이 한눈에 들어와 독특한 경관을 이룬다. 산자락에 자리한 전각과 주변 자연이 어우러져 오래된 사찰 특유의 단정하고 깊은 멋을 전한다.

중흥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화유산이 ‘쌍사자석등’이다. 두 마리 사자가 마주 선 형태로 석등을 받치는 독특한 조형미가 돋보이는 유물로, 우리 석조미술의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이 석등은 일제강점기인 1918년 일본인의 반출 시도와 관련해 경복궁으로 옮겨졌으며, 현재는 국립광주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1962년 국보로 지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광양시민들은 쌍사자석등이 본래의 터전인 중흥사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서명운동 등 반환 노력을 이어왔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문화유산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 아니다.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지역의 역사가 깃든 소중한 자산이다. 쌍사자석등의 반환을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에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중흥사는 중흥산성의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중흥산성은 남북국시대 때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며, 자연 지형을 활용해 흙을 시루떡처럼 층층이 다져 쌓은 토성이다. 성의 둘레는 약 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성 안에 자리한 중흥사는 임진왜란 당시에 승병과 의병이 주둔해 산성을 지키며 왜군과의 치열한 전투 과정에서 승병들이 순절하고 사찰도 불에 타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비구니들이 작은 암자를 세워 사찰의 명맥을 이어갔으나, 1943년 다시 폐허가 됐다. 그러다 1963년 하태호의 시주를 바탕으로 주지 공돌이 중창하면서 오늘날 중흥사의 모습을 갖추는 토대를 마련했다.

사찰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이곳이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전쟁의 아픔과 선조들의 호국정신, 그리고 폐허 속에서도 전통을 이어가려 했던 이들의 의지가 깃든 장소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중흥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해 산신각과 요사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사찰에 남아있는 주요 문화유산으로는 높이 3.8m의 삼층석탑이 있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 석탑은 기단부에 팔부신장을 새겨 놓아 섬세한 조각 솜씨를 보여준다.

또 1986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석조 지장보살 반가상도 중흥사의 역사와 불교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중흥사 마당을 지나면 저수지가 이어지고, 산성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삼나무밭이 방문객을 맞는다. 푸른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맑은 공기와 한적한 숲길은 일상의 피로를 덜어주고 자연 속에서 잠시 쉬어갈 여유를 선사한다.

주변에는 도선국사마을도 있어 중흥사와 중흥산성, 숲길을 연계한 역사·문화·생태 관광코스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있다. 지역의 역사적 자원과 자연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광양의 새로운 문화탐방 명소로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