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천 위에 그려진 들꽃과 나무, 작은 새들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치 작은 정원 안에 들어선 듯했다. 사진=이영순

박미애 작가. 서예와 수묵화를 공부하다 지난 2023년 ‘세연꽃그림연구소’를 열고 매주 화요일 취미반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이영순

세연꽃그림연구소 전경. 사진=이영순
사라실 마을학교 야간 수업을 듣던 분께서 칠순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조금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한국화, 캘리그라피를 공부한 분이라서 손수건, 스카프, 여행용 파우치 등에 들꽃을 그려넣기로 하고 작품 지도를 해드렸다. 가족들이 특별한 아버지의 선물을 받고 감동했다고 한다. 사진=이영순

아파트 공사장 옆 한적한 골목 안, 꽃처럼 환한 작은 공간이 있다. 천 위에 들꽃과 자연을 그려내는 ‘세연꽃그림연구소’의 박미애 작가는 생활 속에서 쓰이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에 따뜻한 감성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단골 가게에 들르기 위해 아파트 공사장을 지나 한적한 골목에 들어섰다. 중간쯤에 이르자 골목 안을 환하게 비추는 작은 가게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쩜 이렇게 예쁜 가게가 뒷골목에 꼭꼭 숨어있지?’

작은 간판 하나가 걸려 있었다. ‘세연꽃그림연구소’.

서둘러 가던 발걸음이 저절로 멈췄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화사한 꽃 그림들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가게 안에는 단아한 분위기의 세연 박미애 작가 홀로 작품을 손질하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들어왔어요”라는 말에 작가는 수줍게 웃었다.

벽면은 물론 바닥과 테이블 곳곳에는 꽃이 피어 있었다. 다양한 천 위에 그려진 들꽃과 나무, 작은 새들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치 작은 정원 안에 들어선 듯했다.

천아트(Cloth Art)는 광목·린넨·면 등의 천 소재에 전용 물감을 사용해 꽃, 나무, 동물 등 다양한 문양을 그려 넣는 생활형 회화다. 감상용 그림에 머무르지 않고 쿠션, 앞치마, 스카프, 식탁보, 파우치 등 실생활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박미애 작가는 2005년부터 서예와 문인화를 공부해 왔다. 그러던 중 천 아트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종이에 그린 그림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패브릭 쿠션이나 앞치마, 티셔츠에 직접 꽃을 그려 넣다 보면 예술적 감수성도 커지고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느끼게 되죠. 무엇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그는 지난 2023년 ‘세연꽃그림연구소’를 열고 매주 화요일 취미반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천아트 전용 물감의 특성을 배우고, 꽃잎마다 다른 질감과 표현 기법을 익힌다. 처음에는 낯선 붓질에 서툴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완성하며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는다. 일정 수준에 이르면 자격증 취득도 가능하다.

유치원과 학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한다. 예약 후 방문하면 누구나 천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박 작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을 묻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사라실 마을학교 야간 수업을 들으시던 분이 계셨어요. 칠순 생일에 가족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손수건과 스카프, 여행용 파우치에 들꽃을 직접 그려 넣도록 도와드렸어요. 가족분들이 선물을 받고 무척 감동했다고 들었죠.”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연구소 안의 작품들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과 시간이 담긴 ‘삶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작가는 천아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생활 속 활용성’을 꼽았다.

“벽에 걸어두는 감상용 그림이 아니라 생활형 그림이라는 점이 가장 좋아요. 내가 그린 그림이 밥솥 덮개가 되고 창문 가리개가 되고, 앞치마와 식탁보가 되죠. 또 종이에 그린 그림은 보관 장소가 필요하지만 천 그림은 접어서 서랍에 차곡차곡 넣어두면 돼요. 색이 바래도 다시 그릴 수 있고, 바랜 색감 자체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옷에 얼룩이 생겨도 그림을 덧입혀 또 다른 작품으로 만들 수 있고요.”

연구소 안에는 천 위에 피어난 꽃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 사이에 머물다 보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 한켠이 나도 모르게 환해지는 기분이다.

박 작가는 오는 8월 초 월례 공예체험 교실을 열고 광양시 독거노인을 위한 선물 만들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재 평생교육관 천아트 클래스를 맡고 있으며, 지난 3월부터 5월까지는 ‘해비치로 달빛해변’ 달빛365 불금데이 플리마켓에도 참여해 시민들과 만나왔다.

골목 안 작은 공간에서 피어나는 천 위의 꽃들.

세연꽃그림연구소는 오늘도 누군가의 일상에 조용한 위로와 따뜻한 색을 덧칠하고 있다.

천아트 수강 문의 : 박미애 작가(010-2527-4532), 세연꽃그림연구소(중마청룡길 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