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 존엄한 노후 위한 따뜻한 공간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은 광양시 옥곡면에 위치한 대지 7712㎡, 건물 1777㎡(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노인전문 요양 입소시설이다. 현재 정원은 72명이며, 51명의 직원이 어르신들을 정성껏 모시고 있다. 입소자의 80% 이상이 고령자이며, 대부분 치매 증상을 동반하고 있다. 더 이상 가족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 시설은 지역사회의 공공 책임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어르신들과 가족들로부터 높은 신뢰도와 만족도를 얻고 있으며, 지역 내 노인복지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문성식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은 올해로 건축 18년 차를 맞이한 시설이다. 앞으로 시설 노후로 인한 안전성과 환경의 질을 고려해 개·보수와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입소 어르신들의 쾌적한 생활 환경과 질 높은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필수적인 부분이다. 운영 중인 프로그램 중 하나는 ‘유니트 케어’다. 예를 들어, 하나의 거실을 중심으로 약 10명 정도의 어르신이 생활할 수 있도록 구역을 나누는 방식이다. 현재 일부 공간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사진=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은 시립·법인 구조로 운영되며,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포스코 재능봉사단을 비롯한 지역 기업과 단체들이 자주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며, 입소 어르신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연 봉사와 재능 봉사가 중심이 되고 있으나, 환경 정비, 말벗, 단순 정서 지원 등 실질적인 노력 봉사도 여전히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

사람을 품은 돌봄, 마음으로 연결되는 공간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을 가다

광양시 옥곡면의 한적한 시골 마을. 이곳에는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이다.

이곳은 단순한 요양 시설을 넘어, 어르신들의 ‘삶의 집’이자 가족과 지역사회를 이어주는 따뜻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에도 어르신들은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고, 직원들의 손길은 정성 그 자체였다.

72명의 어르신들이 생활 중인 이곳은, 대한민국 고령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깊이 있게 품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시설 입소자의 80% 이상이 80세 이상이며, 대부분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안고 살아간다. 가족의 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 요양원은 지역사회의 공공 책임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은 2007년 광양시가 설립한 시립 시설로, 현재는 (재)광양시사랑나눔복지재단(이사장 김재경)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2021년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최우수(A) 등급을 받았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평가에서도 부당청구 없는 모범 사례로 선정됐다. 2025년 평가에서도 최우수(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대외적인 평가는 물론 내부 직원들과 어르신 가족들의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요양원의 합리적인 비용 구조도 큰 장점이다.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면 월 45만 원에서 80만 원 사이로, 식비, 기저귀, 간병 서비스 등 대부분의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수익을 남기지 않는 법인 운영 방식 덕분에 신뢰도 역시 매우 높다.

넓고 햇살 가득한 생활공간, 휠체어 접근이 용이한 구조, 최신 물리치료실과 간호실 등은 어르신들에게 안정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는 요양원을 단절의 공간이 아닌 ‘연결의 장’으로 만든다.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의 철학은 ‘사람 중심의 맞춤형 돌봄’이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삶의 이야기와 필요를 존중하며 제공되는 서비스는 그 깊이가 남다르다.

자원봉사자들의 정기 방문과 지역 예술단의 공연, 최근 열린 봄나들이 행사 등은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과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포스코1% 마리채 해피빈 기금을 활용한 실내 정원(중정) 리모델링도 계획 중이다. 이는 자연과 치유를 접목한 휴식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중풍·치매 등 중증 질환을 가진 어르신들을 위해 의료재활과 여가 활동, 일상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신체적·정신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한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자와 가족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유영미 원장이 말하는 존엄 돌봄의 철학

유영미 원장은 복지 일선에서 20년 가까운 경력을 쌓아온 현장 전문가다. 그는 요양원이 단순한 생존의 공간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설을 둘러보면 그 말에 쉽게 공감하게 된다. 어르신들이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된 동선, 인지 수준에 맞춘 세심한 배치, 병원처럼 획일적이지 않은 생활 리듬까지. 시설이 크지만 각자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작은 디테일이 살아 있다.

유 원장은 ‘정서적 돌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요양보호사 한 사람이 하루 평균 6~8명의 어르신을 돌보는 구조 속에서는 진정한 정서적 돌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가장 필요한 건 말 한마디예요. 어르신들이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누군가와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지거든요.” 유 원장은 ‘정서적 돌봄’이야말로 앞으로 요양원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한다.

이런 안타까움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노노(老老)케어’, 즉 활동 가능한 어르신들이 말벗이 되어주는 시스템 확대를 바라고 있다. 단순하지만 지속 가능한 정서 돌봄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차원에서 광양시니어클럽(관장 반영승)의 노인일자리사업인 ‘실버케어지원단’ 활동은 요양원 등 수요처에 꼭 맞는 사업으로 기능하고 있다.

요양원의 또 하나의 고민은 ‘공간’이다. 대부분의 방이 4인실로 구성돼 있다 보니, 치매가 없는 어르신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밤새 소리를 지르거나 돌발 행동을 하는 이웃과 함께 지내야 하는 환경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인권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유 원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4인실 구조에서 벗어나 2인실, 부부실 또는 소규모 유닛 중심의 거주 공간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인원을 줄이더라도 남은 인원에게 더 나은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이다.

수익을 남겨야 하는 민간 시설에서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은 시립 법인 시설이라는 특성을 살려 어르신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자원봉사 문제도 요양원 운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민 중 하나다. 최근에는 공연 봉사나 재능 봉사가 중심이 되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노력 봉사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에겐 잡초를 뽑아주고, 창문을 닦아주고, 말벗이 되어줄 사람들이 필요해요. 재능이 없어도 괜찮아요. 따뜻한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유 원장의 이 말은 누구보다 절박하고 진심 어린 외침이다.

광양시민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다면, 요양원은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따뜻함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준비하는 공간, 모두의 공동체로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은 단순한 복지시설을 넘어 ‘삶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곳은, 어르신들이 마지막까지 존엄한 노후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복지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노후의 모습이 변하고 있는 지금,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은 그 변화의 중심에서 시민들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의 한복판에서 유영미 원장을 비롯한 51명의 직원들이 오늘도 ‘따뜻한 동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은 광양시니어클럽과 동일한 소속 재단에 속한 시설이다. 기자는 유영미 원장을 만나 요양원이 지닌 철학과 실천, 당부와 희망, 노인복지의 새로운 방향을 들으며 감동적인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노후를 ‘선택’하고 ‘설계’하는 시대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요양원을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유용한 일이 될 것이다.

자원봉사 및 시설 이용 문의는: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061-794-3881)
홈페이지: (http://www.gysilvercare.co.kr)

문성식 기자
문성식 기자
섬진강과 백운산 매화꽃 피는 광양에서 30년째 살고 있다. 인간존엄과 창작에 관심이 있어 사회복지와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현재는 광양시니어신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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