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호중 음주운전 사건’ 여파로 전국이 웅성거린다. 그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유명한 스타 가수인지를 보여준다.
김호중은 TV조선의 2020년 ‘미스터 트롯’ 경연대회에 참가했다. 뛰어난 노래 실력은 한순간에 그를 유명한 트로트 가수로 혜성같이 등장시켰다. 당시 필자도 단번에 반해 그의 노래를 수십 번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게다가 불우했던 어린 시절 스토리도 함께 버무려져 공감능력이 풍부한 한국인의 가슴을 적시기 충분했다. 팬들은 그를 트로트와 파바로티를 조합하여 ‘트바로티’로 부르며 열광했다. 팬심도 두터워졌다.
그런 그가 음주운전을 했다. 음주운전은 우리 사회에서 도의적 지탄과 법적 처벌을 받는다. 그만큼 음주운전에 따른 물적, 인적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김호중 사건은 사람을 다치게 하진 않았다. 게다가 음주운전은 처음이었다.
이때 김호중은 유치원, 초등학교 때 배운 대로 처신했어야 했다. 용기를 내는 것이다. 용기는 정직이다. 그 자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를 보여줬어야 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그래서 용기 있는 자세를 국민에게 보여줬다면 대다수는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설령 처음에는 지탄의 목소리가 거세더라도 일관된 용기를 보여주면 대중들도 시나브로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정서가 그렇다.
그런데 김호중과 관계자들이 음주사고 발생부터 영장이 발부돼 구속될 때까지 보여준 행동은 일반시민들을 당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들은 장면마다 나름 최선이라고 생각한 방안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기행에 가까운 행위를 반복했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사건 전개는 이렇다.
△김호중은 지난달 9일 압구정동에서 정차 중인 택시를 들이받고 현장을 이탈했다.
△김호중은 현장 도주 후 맥주를 사서 모텔로 갔다.
△사고발생 3시간 후 매니저가 김호중이 사고 당시에 입었던 옷을 입고 경찰에 대리 출석했다.
△김호중은 사고현장에서 도주한 지 17시간 뒤인 지난달 10일 오후 4시30분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때도 음주운전, 운전자 바꿔치기 등을 부인했다.
△김호중은 조사 후 경찰서에서 기자들이 있어서 못 나간다며 6시간을 버텼다. 기자들은 이때가 김호중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자세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고 아쉬워했다.
△김호중과 소속사는 조직적으로 운전자 바꿔치기, 공황장애 호소, 계속된 거짓말로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 결국, 음주사실을 부인하다 창원 공연을 끝내고 소속사를 통해 사고 10일이 지난 5월 19일 인정했다.
△김호중은 경찰 조사에서 압수당한 자신의 휴대전화 3대의 비밀번호 제공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다 나중에 일부만 제공했다.
△본부장 전모씨는 김호중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인멸 등)를 받고 있다.
△소속사 대표는 김호중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직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등장했다. 검찰총장은 ‘사고 후 음주’ 그러니까 음주사고를 내고 나중에 그걸 피하려고 후에 음주하는 것은 ‘명백한 수사 방해’, ‘이걸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김호중 법’의 등장이다.
법원은 5월 24일 특가법상 도주치상과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범인도피방조 혐의로 김호중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한 지난달 29일 YTN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휴대전화 압수분석에서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술을 마시고 사고 냈다. 대신 자수해 달라’는 녹취 음성을 확보했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김호중 혐의를 기존보다 형량이 무거운 ‘범인도피교사’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체로 일반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보고 “기침감기를 굳이 암 덩어리로 키웠다”, “이쑤시개로 막을 것을 굴삭기를 동원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김호중은 조남권 변호사를 선임했다.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검찰총장 대행까지 했던 거악(巨惡) 척결에 적합하단 평을 받는 변호사다. 그런 어마무시한 변호사를 선임했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건은 초임 변호사로도 충분한데,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길래’, ‘얼마나 돈이 많길래’, ‘닭 잡는 데 티라노사우루스 잡는 칼을 썼다‘는 등의 세평을 샀다. 괜한 의혹과 위화감만 키운 셈이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저질렀던 실수는 피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보고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절박해질수록 시야도, 생각도 좁아진다”는 ‘작가 이한’의 말이 떠오른다.
진실로 거짓을 덮을 수 있다. 그러나 거짓으로는 진실을 덮을 순 없다. 누구나 잘못됐다고 느낀 그 순간 용기를 내면 문제는 ‘가성비 갑’으로 해결된다. 그랬다면 김호중도 지금 그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덮으려다 간단한 산수 문제를 미적분 방정식을 들이대도 풀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 버렸다. 대단한 신공이다.
‘왕이 되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이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높은 도덕성)’, ‘상도의(商道義)’라는 말이 있다. 이는 지금 누리고 있는 사회적 직위를 오래도록 향유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직업윤리를 고급지게 표현한 내용들이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도 같은 부류의 말이다. 당 태종 이세민이 한 말이다. 그는 중국사에서 성군(聖君)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가 선택한 수성 방법은 ‘항상 근신하고, 절제하고, 교만하지 않고, 사치와 탐욕을 멀리하고, 백성의 이익을 생각하고, 늘 나라가 망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출처=교수신문, 배재대 이정우 교수, 2022년 6월 22일)
자고로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기 어렵다. 그리고 그 일가를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 여기서 왕관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면 몸을 망치고, 공명(功名)은 허명(虛名)으로 흩어진다. 일가도 모래성에 불과할 뿐이다.
김호중 음주운전 관련 사건은 법원에서 다룬다. 그런데 처음부터 태산명동(泰山鳴動)처럼 요란하게 등장하여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이 사건에서 사법절차와 양형은 본의 아니게 우리 사회의 법적용과 형평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 버렸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김호중의 처신은 그의 노래 솜씨만큼 산뜻하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김호중의 인생에 태클을 걸었나?
여운이 남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