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미술관은 미술사가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를 초청해, 3강 ‘남도미술에서 수묵의 현재성’을 주제로 한 강연을 개최했다. 사진=김려윤
미술사가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가 3강 ‘남도미술에서 수묵의 현재성’을 주제로 한 강연을 했다. 사진=김려윤
강연 후 미술사가 조인호(사진 가운데)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와 전남미술관 관계자(사진 오른쪽)·강연 참석자(사진 왼쪽)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김려윤

전남미술관은 9월 30일 관내 2층 대강의실에서 ‘2026 하반기 인문학 아카데미’의 일환으로 미술사가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를 초청, 3강 ‘남도미술에서 수묵의 현재성’을 주제로 한 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강연에서 조인호 미술사가는 아파트 중심의 현대 주거 환경과 서양화의 강세 속에서 한때 밀려났던 수묵화가 최근 어떻게 재조명되고 있는지, 그리고 남도 전통 회화의 맥이 현대에 어떻게 계승·변용되고 있는지 다채로운 작품과 함께 풀어나갔다.

조 대표는 “먹은 수풀과 탄소, 즉 자연에서 온 재료이며 물 역시 자연 그 자체”라며, 서양화의 색채나 유화물감과 달리 수묵은 가장 본질적인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 작가들이 독창성과 우리다운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수묵을 다시 채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강연은 남도 수묵화의 역사적 흐름을 짚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조선 후기 신문물에 개방적이었던 공제 윤두서를 시작으로 추사 김정희의 영향 속에서 호남 회화의 화맥을 연 소치 허련, 그리고 미산 허형, 남농 허건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배경이 소개되었다.

남농 허건, 의제 허백련, 아산 조방원, 금봉 박행보, 오건규, 김송근, 김형수 등 거장들이 전통 남화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필력과 독창적 조형 감각을 구축해 나간 과정이 조명되었다.

5·18 민주화운동 이후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며 먹으로 민중의 삶과 역사의 현장(시민군, 농민, 시위 현장 등)을 담아낸 김경주, 김진수, 하성흠, 박문종, 홍성민, 허달용 작가 등의 작품이 소개되며 수묵의 시사적·사회적 확장성을 확인했다.

최진우, 김대원, 허달재, 김천일, 조병연, 김영삼, 조광익, 이선복, 이구용, 윤일권, 김상연, 이동환, 정광희, 윤준영, 설박 작가 등에 이르기까지 형상을 탈피한 추상적 수묵, 대담한 필선과 현대적 풍속도 등 수묵이 현대 미술 안에서 어떻게 다채롭게 피어나고 있는지를 다루었다.

조인호 대표는 최첨단 현대미술의 장인 광주비엔날레나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등에서 옛 거장들의 수묵과 현대 수묵이 함께 조명받는 사례를 언급하며, “과거의 유산으로 머무는 수묵이 아니라, 당대의 시대정신과 작가의 내공을 담아내는 현재진행형 매체로서 수묵의 가치”를 재확인시켰다.

이날 강연은 참석자들에게 남도 수묵이 지닌 깊은 먹향과 서정성, 그리고 현대적 가능성을 오감으로 체감하는 뜻깊은 시간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