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은 의병의 날(1일), 현충일(6일), 한국전쟁 발발일(25일)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리는 기념일이 이어지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광양시는 이 뜻깊은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광양개념여행’을 시민과 방문객에게 권하고 있다.
광양은 지리적으로 백운산의 험준한 산세와 섬진강, 광양만이 교차하는 요충지로, 역사적으로 의병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임진왜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수많은 항일 인물들이 이곳을 거쳐 갔으며, 오늘날 그 흔적은 도시 곳곳에 남아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표적인 역사 유적지는 봉강면에 위치한 ‘쌍의사’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김천일 장군과 함께 10만 왜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형제 의병장 강희보·강희열을 기리는 사당이다.
1593년 6월, 며칠 간격으로 순국한 두 인물의 이름을 따 ‘쌍의사’라 불리며, 사당은 동재·서재·삼문·홍살문 등 전통 건축 양식으로 구성돼 있다. 산책로를 따라 조용히 걷다 보면 숲속에 아담하게 자리한 형제의 묘소가 나타난다.
봉강면 석사리에는 일제강점기 경술국치 직후 자결로 저항한 조선의 마지막 선비, 매천 황현의 생가가 있다.
황현은 2500여 수의 시를 남긴 문장가이자, 47년간의 역사 기록을 남긴 실증주의 역사학자다. 그는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순국했으며, 그의 문헌과 유품은 항일 문화유산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생가 인근에는 묘소와 더불어 역사공원이 조성돼 있으며, 방문객들은 그의 생애와 정신을 조명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진월면 망덕포구에는 또 다른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유고 시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보존하고 있는 ‘정병욱 가옥’이 그것이다.
윤동주는 광양을 직접 찾은 적은 없지만, 연희전문 선배 정병욱과의 인연으로 그의 시가 이곳에서 지켜졌다. 정병욱은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윤동주의 육필 원고를 목숨 걸고 간직했고,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그의 시를 접할 수 있게 됐다.
가옥 인근에는 ‘윤동주 시 정원’도 조성돼 있다. 『서시』, 『별 헤는 밤』 등 윤동주의 대표 시 31편이 시비로 세워져 있어, 방문객들은 고요한 정원 속에서 시인의 언어와 정신을 되새길 수 있다.
김미란 광양시 관광과장은 “6월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달”이라며 “광양에서 형제 의병장의 희생과 매천 황현의 결기, 윤동주의 시 정신을 기리는 여행을 통해 단순한 휴식을 넘어 역사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양의 항일 유산과 문학적 흔적은 지역을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억과 존경의 의미를 되새기는 호국보훈의 달, 광양은 역사적 성찰과 교육적 체험이 공존하는 특별한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