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곡면 대죽리 오동마을 입구에 자리한 수백년된 노거수가 344년쨰 새봄을 맞아 온몸을 푸르름으로 새 단장을 한채 웅장함을 뽐내고 있다. 사진=박분옥
한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세월의 무게가 버거운 지, 이제는 지지대에 기대어 머리쪽은 계곡 건너편을 향하고 있다. 사진=박분옥
연리지 나무를 연상하게 하는 노거수에 기둥은 344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버텨온 나무인데도 상태가 좋은걸 보면 그동안 주민들에 정성과 관리 덕분이 아닐까. 사진=박분옥
대죽리 오동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안내 표지. 사진=박분옥

전남 광양시 옥곡면 대죽리 오동마을 입구에 서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로 향한다. 높이 13m, 둘레 3.9m의 느티나무 한 그루가 새봄의 푸른 옷을 입고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어서다. 카메라 렌즈에 다 담기지 않을 만큼 우람한 이 나무는 올해로 수령 344년으로 추정되는 보호수다.

현장 안내판에는 지정번호 15-5-4-4, 지정일 1982년 12월 3일이라고 적혀 있다. 지정 당시 수령이 약 300년으로 기록됐으니, 현재는 344년이 된 셈이다. 수백 년의 풍상에도 고사된 부분 하나 없이 건강한 수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무 앞을 흐르는 계곡과 뒤편으로 병풍처럼 둘러선 완만한 산세가 오랜 세월 이 나무를 지탱해 온 환경이 아닐까 싶었다.

마을 이장 이정호 씨는 “예전에는 이곳에서 새해가 되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가 열렸다”며 “지금은 인구 감소와 시대 변화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당산제가 사라진 자리에는 고요함이 남았다. 이 씨는 나무 아래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어린 시절이 지금도 그립다고 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농사철이라 마을 주민을 한 분도 만나지 못했다. 나무 아래 정자에는 10명 이상이 앉을 자리가 마련돼 있었지만, 여름 사랑방은 아직 비어 있었다. 각자의 삶터로 떠난 사람들, 몇 분 남지 않은 주민들만이 이제는 노거수와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몇 대에 걸쳐 이 나무 아래서 태어나고, 웃고, 떠들고, 그리고 떠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344년 묵은 느티나무는 말없이 다 지켜봐 왔을 것이다. 계곡에서 물장난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당산제 날 모여들던 마을 사람들의 발걸음,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은 풍경들이다.

보호수 제도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노목을 지정해 체계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다. 생태 환경 보전과 주민들의 정서적 안식처 역할을 함께 맡고 있다. 이정호 이장은 “보호수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지속적인 관리로 그 가치를 후대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농사철이 끝나면 정자에 다시 웃음소리가 돌아올 것이다. 그때도 이 느티나무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수백 년을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