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가 국보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의 원위치 규명을 위해 개최한 학술자문회의 및 현장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발굴 현장을 둘러보며 (재)영해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이호선
(좌) 중흥사 삼층석탑 주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석조 우물. (우) 중흥사 앞마당에서 진행 중인 정밀발굴조사 현장 전경. 이번 조사에서는 석렬과 건물지 등 다양한 유구가 확인됐다.사진=이호선
중흥사에서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재)영해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가 참석자들에게 정밀발굴조사 과정과 주요 유구·출토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호선
학술자문회의에 참석한 전남대학교 천득염 교수(오른쪽 첫 번째)와 순천대학교 최인선 교수(오른쪽 세 번째) 등이 발굴 과정에서 수습된 기와와 전돌 등 출토 유물을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호선

1364㎡ 정밀발굴서 통일신라~조선시대 유구·유물 확인
전문가들 “원위치 규명 위한 추가 조사 필요…10년 이상 장기 마스터플랜 마련해야”

광양시(시장 박성현)가 국보 제103호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학술적 근거 마련에 나선 가운데, 중흥사 일원 발굴조사에서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구와 유물이 확인됐다.

광양시는 지난 9월 28일 옥룡면 중흥사 삼층석탑 주변 발굴조사 현장에서 쌍사자 석등 원위치 규명을 위한 학술자문회의와 현장설명회를 열고 발굴조사 성과와 향후 조사 방향을 공유했다.

이날 현장에는 단국대학교 엄기표 교수, 전남대학교 천득염 교수, 순천대학교 최인선 교수 등 전문가와 광양시 관계자, 지역 역사연구회 ‘마로희양’ 회원 등 시민 30여 명이 참석해 발굴 현장을 둘러보고 조사 결과와 향후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발굴조사는 국가유산청 허가 제2026-2280호에 따라 ‘광양 중흥산성 삼층석탑 주변유적’ 1,364㎡를 대상으로 지난 8월 26일부터 진행되고 있으며, (재)영해문화유산연구원이 조사를 맡고 있다.

조사구역은 중흥사 대웅전을 중심으로 서쪽·동쪽·남쪽 등 3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됐다. 기존 시굴조사에서 확인된 유구를 바탕으로 사찰 유적의 분포와 성격, 가람배치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향후 보존·정비를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통일신라~조선시대 유구와 유물 확인

서쪽 구역에서는 암반을 기반으로 조성된 석조 우물과 석렬등이 확인됐다. 우물은 약 90㎝ 깊이까지 조사됐으며, 물이 솟아 바닥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삼층석탑 북쪽에서도 동서 방향의 석렬과 역 ‘ㄱ’자 형태의 석렬 등이 확인됐으며, 주변에서는 불상무늬 전돌과 청자 나한상 얼굴 일부등이 출토됐다.

동쪽 구역에서는 대웅전과 명부전 사이에서 두 개의 문화층이 확인됐다. 상부에서는 구들시설로 추정되는 유구가, 하부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유물이 확인돼 해당 공간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남쪽 구역에서는 대웅전 전면을 중심으로 석렬과 적심, 초석, 기와 및 석재 배수구등이 확인됐다. 선대 유구 위에 후대 건물이 들어서는 등 여러 시기의 건물지가 중복 축조된 양상도 확인돼 중흥사 일대의 공간 구성과 변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되고 있다.

삼층석탑 주변에서는 여러 층의 토층도 확인됐다. 석탑 하부에서는 다짐토와 잡석을 이용해 기초를 보강한 흔적 등이 확인됐지만, 석탑의 안전을 고려해 일부 하부 구조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 “단기간 성과보다 장기적인 조사 필요”

이날 학술자문회의에서는 이번 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쌍사자 석등의 원위치를 규명하기 위해 추가적인 고고학 조사와 학술연구가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단국대학교 엄기표 교수는 쌍사자 석등의 원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기존 문헌과 일제강점기 자료에만 의존하기보다 실제 유적에 대한 과학적 조사와 검증을 통해 원위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순천대학교 최인선 교수도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유구와 토층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함께 조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유적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규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남대학교 천득염 교수는 단기적인 발굴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천 교수는 지표에 드러난 유구뿐 아니라 지하에 남아 있는 유적까지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안정적인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학술연구와 전문가 자문이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담당 행정인력의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 참여 확대…“어려운 발굴 내용 쉽게 설명해야”

이날 현장설명회에는 지역 역사연구회 ‘마로희양’ 회원 등 시민들도 참여해 발굴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출토 유물과 유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시민들은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상층 유구를 우선 보존하면서 조사 여건과 국가유산 관련 절차를 고려해 하층 유적을 단계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전문가 중심의 발굴조사 자료가 일반 시민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만큼, 개별 유구와 출토 유물의 의미를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 설명과 소통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광양시는 이번 발굴조사와 학술자문회의에서 확인된 조사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조사 방향을 검토하고, 쌍사자 석등의 원위치 규명을 위한 학술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갈 계획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축적된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쌍사자 석등 제자리 찾기 사업의 향후 방향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발굴조사는 단순히 유구와 유물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흥사 일대 사찰 공간이 시대별로 어떻게 조성되고 변화했는지를 밝히면서 쌍사자 석등의 원위치를 규명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