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룡면 백운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경로당의 점심 한 끼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어르신들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사진=이호선
광양 지역 최초의 남성 경로당으로 108년의 역사를 간직한 광양읍수성당 경로당 입구. 오랜 역사만큼이나 지역 남성 어르신들의 대표적인 쉼터 역할을 해왔으나, 내실 있는 운영과 활성화를 위한 행정적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사진=이호선
옥룡면 내천길에 위치한 백운경로당 전경. 경로당은 지역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고 소통하는 생활공간이지만, 프로그램 운영과 식사 보조 인력 등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사진=이호선

수성당·백운경로당 현장서 만난 남성 어르신들식사·운영·프로그램 부족 호소
경로당을 단순한 쉼터 넘어 건강·식사·소통이 이뤄지는 생활 돌봄 공간으로

농사일이 잠시 숨을 고르는 계절, 농촌 남성 어르신들의 일상은 자칫 집 안에 머무는 시간으로 채워지기 쉽다. TV를 켜놓고 시간을 보내거나 특별한 외출 없이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도 있다. 평생 흙을 일구며 살아온 고령의 농촌 남성 어르신들에게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서적 활력까지 살필 수 있는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이유다.

광양시 노인장애인과에 따르면 현재 광양시 관내 남성 전용 경로당은 33곳이며, 등록 회원은 942명이다.

하지만 숫자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목소리다.

광양 최초의 남성 경로당으로 108년의 역사를 이어온 광양읍 수성당과 옥룡면 백운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호소한 어려움은 크게 식사와 운영, 프로그램 부족으로 모아졌다.

현재 광양시는 경로당에 난방비와 쌀 등 기본적인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지원만으로 매일 점심을 마련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특히 백운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한 끼 식사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눠보니 식사 준비와 인력 부족에 대한 고충이 컸다. 일부 경로당에서는 한 달에 10일 안팎만 점심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어, 어르신들에게 경로당의 점심 한 끼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없을까.

가능성은 이미 지역 현장에서 확인됐다. 진상농협이 운영한 ‘제1기 시니어 건강교실’이 대표적이다.

4주간 진행된 건강교실에는 남성 조합원 27명이 참여했다. 평소 경로당이나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르신들이 농협 대회의실에 모여 스트레칭 밴드를 활용한 운동과 의자를 이용한 하체운동, 올바른 보행법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건강관리 방법을 익혔다.

전남요가회 김화숙 강사와 아모르 황옥운 시니어 모델 강사의 지도 아래 진행된 수업에는 최고령 91세 어르신도 참여했다.

어르신들은 수업이 거듭될수록 몸을 움직이는 데 자신감을 보였고, 교육장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웃음을 나누는 소통의 공간으로 변했다.

작은 건강 프로그램 하나가 어르신들의 몸뿐 아니라 일상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한 것이다.

다른 지자체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기 여주시는 자원봉사 기반의 ‘밥퍼스’와 노인일자리 사업인 ‘또래끼리’ 등을 통해 경로당 식사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의 자원봉사와 행정의 노인일자리 사업을 활용해 경로당 어르신들의 식사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충북 제천시는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제천형 경로당 점심제공사업’을 통해 경로당에 부식비와 양곡 등을 지원하고, 복지도우미 등을 활용해 식사 준비를 돕는 한편 경로당 요리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식사 지원에 그치지 않고 식사와 돌봄, 교육을 연결한 것이다.

광양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제 광양시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가 현장의 목소리에 답할 차례다.

남성 경로당을 단순히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쉼터’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건강을 관리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생활 돌봄 공간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난방비와 쌀 등 기본적인 운영비 지원에 더해 점심 제공을 확대할 수 있는 식재료비 지원과 식사 도우미 파견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 진상농협의 사례처럼 바른 걸음 교실, 실버요가, 근력운동 등 건강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제천의 사례를 참고해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하는 요리교실 등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남성 경로당 어르신들이 겪는 식사 해결의 어려움과 건강·여가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및 지역 복지자원과 연계해 식사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어르신들의 건강과 여가생활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남성 어르신들에게는 건강관리와 함께 식사 준비, 요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교육도 중요하다.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과정 자체가 건강관리이자 이웃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 15만 중반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광양. 산업과 도시의 성장 뒤에는 평생 농사와 지역사회를 지켜온 농촌 어르신들이 있다.

이제 이들이 홀로 집 안에서 TV 소리에 의지해 하루를 보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먹고, 몸을 움직이며, 이웃과 웃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광양의 남성 경로당이 단순한 쉬는 방을 넘어 어르신들의 건강과 삶을 돌보는 따뜻한 생활 돌봄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