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미 작가의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광양시 이음갤러리. 자연과 이국의 풍경, 일상의 기억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이영순
해바라기와 이국적인 새, 백합, 녹차밭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들. 밝고 생동감 있는 색채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축하 난. 첫 개인전을 축하하는 마음들이 전시장 곳곳에 따뜻하게 더해졌다. 사진=이영순
첫 개인전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박상미 작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임을 공표한 것 같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이영순
꼬꼬마텔레토비의 텔레토비 동산처럼 구릉지에 위치한 예쁜 마을, 코츠월드를 표현한 그림이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영국 가고싶다~~~’ 사진=이영순
붉은 꽃과 푸른 장미가 마주한 ‘속삭임’과 ‘공감’. 서로 다른 색과 형태의 꽃을 통해 말없이 전해지는 감성과 마음의 울림을 표현했다. 사진=이영순

“어릴 때 저는 그림을 잘 못 그렸어요. 노래도 그저 박자를 맞추는 정도였고요. 그래서 나에게는 애초에 예술적 감각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죠.”

그랬던 박상미 작가가 붓을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건 첫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박상미 작가의 첫 개인전이 지난 9월 29일부터 오는 10월 8일까지 이음갤러리(광양시 중촌길 15)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이국적인 풍경, 일상의 기억과 삶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붉은 꽃무릇 숲을 비롯해 녹차 밭의 싱그러움, 해바라기와 백합, 이국적인 새, 눈 내리는 계곡 등 다채로운 소재의 작품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밝고 따뜻한 색감의 작품부터 깊고 차분한 색조의 작품까지 서로 다른 분위기의 그림들이 공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정원 산책’, ‘라벤더 향이 가득한 집’, ‘코츠월드’, ‘폭포’, ‘자작나무 사이로’, ‘붉게 물들다’, ‘빛이 내리다’, ‘산토리니’, ‘해변의 여인’, ‘눈 내리는 계곡’, ‘크리스탈 샹들리에’, ‘할머니 집 장독대’ 등 작품 속 풍경도 다양하다.

특히 코츠월드는 따뜻한 색감의 돌집들이 모여 있는 영국 남서부의 전원마을을 표현했고, ‘빛이 내리다’는 푸르른 녹차밭의 생명력을 담았다. 자연과 여행지,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서로 다른 소재들이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밝음과 빛, 그리고 희망이다.

“나도 내 작품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박 작가가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주 소박했다. 그림을 잘 그리지도, 특별한 예술적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는 일은 좋아했다. 전시회와 음악회가 열리면 찾아다니며 작품과 음악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의 작품을 보러 가듯이, 나의 작품을 누군가 보러 와준다면 얼마나 신날까? 나도 나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 생각이 박 작가를 캔버스 앞으로 이끌었다.

처음 붓을 들었을 때는 설렘과 함께 막막함도 컸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는데, 막상 하얀 캔버스를 마주하니 어떻게 그려야 할지 당황스럽더라고요.”

하지만 여러 색의 물감을 섞어 캔버스 위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색을 섞고 하나씩 올리다 보니까 어느 순간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는 거예요. 그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한 점, 두 점 그림이 탄생했다. 서툴고 미숙하지만 자신이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그림들이다. 박 작가는 그래서 자신의 그림을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고 했다.

4~5년의 쉼…먼지 쌓인 그림에 다시 빛을

그의 그림 인생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이어졌던 것은 아니다. 2018년부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약 4~5년 동안 그림을 쉬었다. 한동안 손을 놓았던 그림들은 어느 새 먼지가 쌓인 채 한쪽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다시 그림을 시작했다.

“ 다시 시작한 작품들과 먼지 쌓인 옛 그림들을 한 곳에 모아 다시 빛을 보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것이 그림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신 선생님에 대한 예의이기도 한 것 같았어요.”

그 마음이 이번 첫 개인전으로 이어졌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작품들을 바라보는 박 작가의 표정에는 뿌듯함과 함께 새로운 책임감도 묻어난다.

“전시를 하고 나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더욱 집중해서 작업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제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공표한 셈이잖아요.”

그에게 이번 전시는 단순히 그림을 모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다. 작은 용기와 무모한 도전의 기록이다.

“하얀 캔버스가 그림으로 변해가는 순간이 가장 즐거워요”

박 작가에게 그림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준다.

“백지 상태의 캔버스가 점점 작품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혼자만의 작업도 있지만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붓의 터치에 대한 지도를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도 큰 기쁨이다. 함께 그림을 그리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 역시 작업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그림을 시작한 뒤 박 작가의 세계는 조금씩 넓어졌다. 자연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고, 여행지의 풍경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됐다. 평범한 일상의 장면도 캔버스 위에서는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났다.

“제가 신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박 작가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제가 그리고 싶고, 그릴 때 신나는 것을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가 좋아하는 것은 밝은 색과 빛이다. 그리고 그 안에 희망이 담긴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의 그림에는 밝고 따뜻한 색채와 빛이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제 그림을 보시는 분들도 그림을 보면서 희망을 얻고, 밝은 기운을 받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의 반응은 박 작가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안겨줬다. 특히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쪽에 묻어두었던 작품들이 관객들에게는 의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제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숨겨두었던 그림을 보시고 ‘깊이가 있다’, ‘고급스럽다’, ‘단순해서 좋다’, ‘세련됐다’고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사람마다 그림을 보는 시각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경험은 작가에게 새로운 용기가 됐다.

“앞으로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그림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또 누구나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으면 해요.”

박상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림뿐 아니라 도전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예술적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오랫동안 그림을 쉬었던 사람도 다시 붓을 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시작하는 순간 세상에 없던 자신의 작품 하나가 탄생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도전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다.

“처음에는 제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작하고 보니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 즐거움과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는 자신의 첫 개인전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 그림을 보러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그리고 여러분도 저마다의 꿈을 하나씩 품고,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하얀 캔버스 앞에서 망설이던 한 사람이 붓을 들었다. 그리고 서툴지만 자신의 색으로 한 겹 한 겹 세상을 채워갔다. 박상미 작가의 첫 개인전은 그렇게 ‘잘 그리는 것’보다 ‘시작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만나는 것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한 사람이 뒤늦게 발견한 자신의 가능성, 그리고 그 가능성을 믿고 내디딘 첫걸음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