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이 올 하반기 발표한 ‘2024년 범죄통계’는 우리 사회의 범죄 양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전체 범죄는 158만3,108건으로, 전년(152만200건)보다 4.1% 늘었다. 단순히 ‘범죄가 늘었다’는 수치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속의 구조적 변화다.
2024년 범죄지형의 가장 큰 변화는 지능범죄의 폭발적 확산이다. 지능범죄는 50만5,208건으로 전년 대비 16.8% 증가했으며, 그중 ‘사기’만 42만1,421건에 달했다. 전체 범죄의 4분의 1을 넘는 수치다.
특히 월요일(7만3,169건)과 화요일(7만2,565건)에 집중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투자·대출 사기,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기’가 평일 금융거래가 활발한 시간대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말의 사기 범죄가 절반 수준에 그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사기범죄가 교통범죄를 제치고 2022년부터 범죄 발생 1위를 차지한 이후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사기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폭력·성범죄, ‘금요일 밤’이 위험하다
폭력범죄는 21만9,798건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했지만, 주말 밤에 집중되는 패턴은 여전하다. 토요일(3만4,543건)과 금요일(3만2,032건)에 폭력사건이 가장 많았고, 특히 밤9시 이후부터 새벽 3시 사이에 10만 건에 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유흥가, 음주, 밤거리.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여전히 폭력의 주요 배경이다. 성폭력범죄(1만8,737건) 역시 밤9시 이후 집중 발생해, 심야 이동과 음주 환경이 결합된 사회 구조적 요인을 드러낸다.
교통범죄는 23만1,210건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패턴은 명확하다. 금요일(3만6,544건)과 토요일(3만5,374건)에 집중되고, 밤9시~자정 시간대에 5만 건 이상 발생했다. 퇴근길과 회식 후 귀가길이 겹치는 시간대다.
음주운전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야간 운전 위험은 여전히 높으며, 금요일 밤은 교통안전의 ‘최고위험 시간’으로 남아 있다.
절도, 낮 3~6시 ‘빈집을 노린다’
절도범죄는 18만3,534건으로 3.2% 줄었지만, 주간 집중형 특성을 뚜렷이 보인다. 오후 3~6시 사이에 2만9,609건이 발생했으며, 낮 12시~오후 3시에도 2만7,673건이 집계됐다.
‘낮 시간대 빈집’과 ‘업무 중인 상가’를 노린 범죄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방범카메라 확충과 스마트치안 강화가 절도 감소에 기여했지만, 주간 순찰 강화가 여전히 필요하다.
특별경제범죄는 10만3,870건으로 전년 대비 무려 76% 증가했다. 주가조작, 불법투자, 기업횡령 등 경제 구조와 직결된 범죄다. 월요일(1만7,647건)을 시작으로 평일 내내 높은 빈도를 보였고, 주말에는 급감했다.
‘업무시간형 범죄’의 전형적 패턴이다. 경기침체와 투자불안이 맞물리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진 경제현실이 드러난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범죄의 시간표’
이번 범죄통계는 각 범죄 유형이 ‘언제, 어디서, 왜’ 발생하는지를 정교하게 보여준다.
사기는 평일 오전, 폭력은 주말 심야, 교통은 금요일 밤, 절도는 오후 시간대에 집중된다. 경찰과 지자체의 예방 전략이 이 시간표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다.
지능·경제범죄는 평일 9시~17시 금융시장 감시와 협력 강화로, 폭력·성범죄는 금·토 심야(21시~03시) 유흥가 순찰 집중으로, 교통범죄는 저녁~심야(18시~24시) 음주단속 강화로, 절도는 주간(12시~18시) 주거지 순찰로 대응하는 맞춤형 전략이 요구된다.
범죄는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 사회 리듬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경찰력과 행정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선 데이터 기반 치안이 필수다.
범죄를 막는 첫걸음은 통계에서 출발한다. 숫자 속에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담겨 있다. ‘사기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나려면, 범죄의 시간표를 읽고 행동해야 한다.
데이터는 이미 답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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