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남도립미술관을 찾은 광양금호도서관 연계 프로그램 참가 주민들이 본격적인 미술관 탐방에 앞서 ‘풍경화에서 도시의 표면까지: 전시 읽기’ 공식 현수막을 함께 들고 미술관 정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광양금호도서관
지난 6월 30일 광양금호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1차 사전 특강에서 허유림 학예연구사(오른쪽)가 스크린에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명작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을 띄워두고 강의하고 있다. 허 연구사는 과거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높은 위계를 차지했던 역사화와 대비해, 현대 미술에 이르러 일상적인 도시 풍경과 도로 표면까지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된 ‘미의식의 흐름’을 주민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했다. 사진=이호선
지난 7일 전남도립미술관 1전시실 ‘도시의 장면들’ 공간에서 허유림 학예연구사(중앙 좌측)가 마이크를 잡고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광양 금호동 주민들에게 쿤 반 덴 브룩 작품의 재료적 특성과 초기 연출 의도를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호선
전남도립미술관 5전시실 「지구의 피부」 공간에서 허유림 학예연구사(왼쪽 작품 앞)가 사막과 도시 외곽 등 경계 공간에서 포착한 대형 회화 작품에 대해 도슨트 해설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금호동 주민들은 전시실 내 마련된 노란색 벤치에 앉아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이호선

광양시 금호도서관이 지난 6월 30일과 7월 7일 양일간 도서관 시청각실 및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풍경화에서 도시의 표면까지 ‘지구의 피부’ 전시 읽기’ 연계 프로그램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광양시 금호도서관과 전남도립미술관이 상호 기관의 발전과 활성화를 목적으로 긴밀하게 추진해 온 ‘미술관-도서관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특히 현재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성황리에 개최 중인 벨기에 현대미술가 쿤 반 덴 브룩(Koen van den Broek) 초대전(4월 7일~7월 19일)과 연계해 기획되었으며, 금호동 주민들의 깊이 있는 전시 관람을 돕기 위해 사전 인문학 특강과 현장 탐방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운영했다.

첫 일정으로 지난 6월 30일 광양금호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1차 프로그램에서는 전남도립미술관의 허유림 학예연구사가 강사로 나서 금호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층 강연을 펼쳤다.

이날 허유림 학예연구사는 동양과 서양의 풍경화가 지닌 본질적인 차이를 비교하며 강의의 포문을 열었다. 허 연구사는 “동양의 ‘산수화’가 마음 속 산수를 그리는 ‘흉중구학(胸中丘壑)’ 관점에서 철학적 공간을 구성한다면, 서양의 ‘풍경화’는 객관적 관찰을 바탕으로 3차원 공간을 원근법으로 재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카데미식 장르 위계가 붕괴하며 일어난 ‘미의식의 확장’을 짚어낸 뒤, 쿤 반 덴 브룩의 회화를 미국의 거장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와 비교 분석했다. 그는 두 작가가 공유하는 “도시 주변부를 바라보는 시선과 빛과 공백이 만드는 정서적 긴장감”을 감상 포인트로 제시해 현장 관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지난 7월 7일 진행된 2차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이 도서관에서 지원한 버스를 타고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현장 탐방을 가졌다. 특히 이번 현장 투어는 전시를 직접 기획한 허유림 학예연구사가 주민들의 전담 도슨트로 나서 작품의 재료적 특성과 전시기획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해 그 특별함을 더했다.

허 학예연구사는 전시실에 대해 “어둡고 장엄한 분위기의 채플(예배당)처럼 공간을 연출했다”고 소개하며, “하늘이 아닌 인간의 감각이 가장 먼저 닿는 표면인 ‘지구의 피부(바닥)’에 집중하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화면에 담긴 바닥의 틈과 균열을 우주로 해석한 작가의 시선, 개념미술의 거장 존 발데사리와의 협업, 그리고 영화 ‘파리, 텍사스’에서 영감을 받은 대표작들을 차례로 설명했다.

특히 허 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와 직접 겪은 생생한 준비 과정도 공개했다. 그는 “작가와 함께 열흘간 전시를 준비하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한 조율 과정을 거쳤다”라며, “외국어 소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묘한 오해를 넘어 신뢰를 쌓고 요청 사항들을 조율하는 데 집중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상황을 원만하게 풀어가는 소통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은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금호동 주민은 “지난 6월 30일 사전 강연을 통해 동서양의 관점 차이를 미리 배우고, 7월 7일 미술관에 와서 기획자에게 직접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들으니 현대미술이 훨씬 가깝고 흥미롭게 다가왔다”며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광양금호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도립미술관과의 협력 사업을 구체화하여, 지역민들에게 세계적인 거장인 쿤 반 덴 브룩 작가의 전시를 심층적으로 소개하고자 기획됐다”라며, “사전 특강과 현장 탐방이라는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금호동 주민들이 현대미술을 보다 친숙하게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술관와 도서관 양 기관의 활발한 운영과 상생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즐거운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연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지역 사회의 문화 향유 기회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의 쿤 반 덴 브룩 초대전 ‘지구의 피부’는 오는 2027년 3월 수원시립미술관에서의 순회전을 확정 지으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순회전은 두 미술관이 우수한 전시 콘텐츠 and 기획 역량을 공유하는 모범 사례로, 지역 공립미술관 간의 전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전시는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오는 7월 19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