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3명의 작가가 전시회를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박분옥

한 장의 사진은 순간을 기록한다. 그러나 어떤 사진은 시간을 붙잡고, 삶의 온도를 남기며, 보는 이의 기억 속에서 오래 숨 쉰다.

광양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초대전 ‘三人三色展(삼인삼색전)-시간의 결: 세 가지 시선’은 바로 그런 전시다. 단순한 사진전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그리고 생명의 미세한 떨림까지 포착해 낸 세 명의 작가가 각자의 세계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감성 서사를 완성해 낸다.

5월 22일 오늘부터 26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이 전시회는 김인수·배수익·소재민 작가가 참여해 서로 다른 예술적 언어로 ‘시간의 결’을 풀어낸다.

풍경의 숨결을 읽는 시선, 인간 군상의 삶을 응시하는 시선, 그리고 작디작은 생명의 날갯짓에 우주를 담아내는 시선이 한 공간에서 교차한다.

특히 전시 제목인 ‘삼인삼색(三人三色)’은 단순한 형식적 구분이 아니다. 세 작가의 작품 세계는 서로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국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라는 하나의 본질로 귀결된다.

김인수 작가 “자연의 숨결을 빛으로 새기다”

김인수 작가

김인수 작가

김인수 작가의 작품은 풍경 사진의 영역을 넘어선다. 그의 사진 속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존재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 들판 위를 지나가는 마차 한 대, 계류를 따라 흐르는 물안개와 철쭉 군락은 단순한 풍경 재현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가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장면에 가깝다. 정적인 화면 안에서 오히려 바람과 물소리, 계절의 냄새까지 느껴진다.

특히 김 작가의 작품은 과장된 연출보다 기다림의 미학이 두드러진다. 빛이 가장 깊어지는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자연과 호흡하며 셔터를 누르는 그의 방식은 오늘날 속도 중심의 이미지 소비 시대에서 더욱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한국 사진작가협회 광양지부 감사와 광양신문 사진 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오랜 시간 지역 사진 예술의 기반을 다져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에는 지역 자연에 대한 애정과 장인의 인내가 동시에 녹아 있다.

“세 개의 시선, 하나의 울림”… 광양문화예술회관 물들일 ‘三人三色展’

 

배수익 작가 “사람 사는 냄새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스트”

배수익 작가

배수익 작가

배수익 작가의 사진은 인간의 삶을 향한다. 화려한 미장센보다 골목과 시장, 사람 냄새가 배어 있는 현장을 선택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흑백 작품들은 특히 강렬하다. 오일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삶의 장면들은 단순한 기록 사진을 넘어 한국적 공동체의 원형을 보여준다.

흰 한복 차림 인물이 시장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현실과 전통, 일상과 의식의 경계를 허문다. 흑백의 깊은 농담은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키며, 사라져가는 재래시장의 정서와 인간적 온기를 선명하게 복원한다.

배 작가의 작품은 ‘찰나의 포착’보다 ‘삶의 체온’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사진 속 인물들은 카메라 앞의 피사체가 아니라 시대를 살아낸 존재들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기록을 넘어 기억으로 남는다.

포스코 정년퇴직 이후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지역 다큐멘터리 사진의 깊이를 확장해 온 중견 작가로 평가받는다.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전남사단합동전 추천작가로 현재 (사)한국사진작가협회 광양지부 부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배수익 작가 作 ‘시장 사람들1’(위), ‘시장 사람들2(아래)

배수익 작가 作 ‘시장 사람들1’(위), ‘시장 사람들2(아래)

소재민 작가 “작은 새 한 마리에 담아낸 생명의 우주”

소재민 작가

소재민 작가

소재민 작가의 작품 세계는 경이롭다. 그는 새를 찍지만, 사실은 생명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동박새의 날갯짓, 감 위에 내려앉는 순간, 작은 먹이를 사이에 둔 긴장감까지 그의 렌즈는 생명의 가장 미세한 떨림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특히 아웃 포커싱 속에서 떠오르는 빛 망울과 극도로 섬세한 색채 표현은 소재민 작가만의 강점이다. 그의 사진은 생태 기록을 넘어 회화적 감성을 획득한다. 작은 새 한 마리가 화면 중앙에서 빛처럼 부유 하는 순간, 관람객은 자연을 ‘보는 것 ’을 넘어 ‘감각 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인간 중심의 시선을 벗어나 자연과 생명이 공존하는 세계를 조용히 이야기한다.빠르게 소비되는 디지털 이미지 시대 속에서 그는 느린 관찰과 긴 기다림으로 생명의 아름다움을 복원해 낸다.

(사)한국 사진 작가협회 광양지부 사무국장과 촬영 지도위원 등을 맡아 활동해 온 그는 지역 생태 사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구축해왔다.  현재 광양시니어 신문 기자로 활동 중이다.

“세 개의 시선, 하나의 울림”… 광양문화예술회관 물들일 ‘三人三色展’
고창 동림지 가창오리. 일몰과 동시에  순간 이동을 하는 가창오리는 보는 이에 시선에 따라서 돌고래로 보이기도 한다. 사진=소재민
동박새 마동저수지. 사진=소재민
백로 임실. 사진=소재민
가족. 사진=소재민

“세 작가의 시선은 결국 삶을 향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세 명의 사진가가 작품을 나열한 자리가 아니다. 각자의 인생과 철학,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시선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비추며 완성되는 거대한 감성의 합주에 가깝다.

전시 도록에 실린 한국사진작가협회 유수찬 이사장의 축사처럼, “시간은 흐르지만 시선은 더욱 깊어진다”는 문장은 이번 전시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김인수 작가는 자연의 호흡을 기록했고, 배수익 작가는 사람의 온기를 붙들었으며, 소재민 작가는 작은 생명의 떨림을 우주처럼 확장해 냈다.

세 사람의 사진은 결국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번 전시는 광양시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지역 사진 예술의 깊이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의미 있는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