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한 장으로 내 인생이 정리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장수사진은 단순한 초상사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얼굴을 담는 일, 그리고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다짐하는 일입니다.
얼마 전 광양시 광영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진행한 ‘황혼의 미(美), 감동 장수사진’ 프로그램은 이런 생각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장수사진을 준비하지 못한 70세 이상 어르신 16분께 무료 촬영과 액자를 선물하는 자리였죠. 어르신들은 사진을 찍기 전 머리 손질도 받고, 화장도 곱게 받으셨습니다. 한 어르신은 “이 나이에 이렇게 예쁜 사진을 남기게 될 줄 몰랐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요즘은 ‘영정사진’ 대신 ‘장수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무거운 사진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라”는 축복의 마음이 담긴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이름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사진관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굳어 있던 얼굴들이 이내 미소를 머금고, 렌즈 앞에서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사진작가 정창완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엔 ‘영정사진 찍는다’ 하면 어르신들이 꺼리셨어요. 그런데 ‘장수사진’이라고 바꿔 부르니, 다들 환하게 웃으시더군요.”
그 말처럼 장수사진은 죽음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살아 있음의 기념입니다. 가장 젊은 오늘의 자신을 기록하고, 남은 날을 감사히 살아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어르신들이 장수사진을 준비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사진 한 장, 액자 하나를 마련하는 데 드는 8만 원의 비용이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생활비를 아껴야 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진 한 장은 “내가 걸어온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자존감의 증표가 되지요. 지역사회가 나서서 이런 봉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은 시간을 멈추게 합니다. 젊은 날의 웃음, 자식들을 키워낸 손, 세월의 흔적이 담긴 주름까지도 아름답게 남깁니다. 장수사진을 찍는 일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거울 앞에서 “그래, 여기까지 잘 살아왔구나”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순간이니까요.
누군가에겐 장수사진이 아직 이른 일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삶의 끝을 준비하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더 충실히 살아가겠다는 다짐입니다. 우리가 매일을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습니다.
광영동의 한 봉사자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사진 한 장이 어르신에게는 삶의 위로가 되고, 가족에게는 사랑의 유산이 됩니다.”
이보다 더 따뜻한 정의가 있을까요?
지금, 가장 젊은 오늘의 얼굴로 장수사진을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그 사진 속 환한 미소가, 당신의 내일을 더 아름답게 밝혀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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