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단타려도(陳摶墮驢圖)는 조선 숙종의 글이 있고 나귀에서 떨어지는 진단 선생을 그린 그림이다. 조선후기 문인 화가 윤두수가 그렸다.
조선시대 그림을 가잘 잘 이해하는 미술사학자로 인정받는 오주석(1956~2005)은 49세 젊은 나이에 백혈병으로 요절했다. 그러나 ‘한국의 美 특강’ 등 그가 쓴 명저가 많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통해 진단타려도를 보자.
진단은 호가 ‘희이 선생’으로 중국 당나라 말부터 송나라 초까지 혼란한 오대십국 시대를 살았다. 진단은 여러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새 황제가 등극할 때마다 얼굴을 찌푸렸다. 천하를 안정시킬 ‘참된 군주’가 아닌 힘으로 권좌를 차지한 ‘거짓 군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귀를 타고 하남성 개봉으로 가다 행인에게서 조광윤이라는 인물이 송나라를 세우고 황제로 등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광윤을 진정한 황제 재목으로 생각해 온 진단은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좋아서 “천하는 이제 안정되리라”를 외치다 나귀에서 떨어졌다. 진단타려도는 이 일화를 그린 그림이다.
조광윤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무장 출신으로 고려 왕건과 흡사하게 주위 장군들의 추대로 제위에 올랐다. 후덕한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조광윤은 건국 후 어떤 정책을 펼쳤을까? 완벽한 과거제도를 실시했다. 국가가 경영하는 염전과 주조에 개인이 돈벌이를 했어도 관대하게 처리했다. 가난한 백성들 세금을 감면했다.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자신이 베푼 잔치에 어떤 신하가 전 왕조를 그리며 대성통곡했다. 모두들 불경죄로 처벌을 요구했으나 그럴 수 있다며 용서했다. 또 나라를 세운 중국 황제 중 유일하게 개국공신들을 죽이지 않고 부귀영화를 보장해 줬다.
이런 관점에서 역사학자들은 조광윤을 혼란에서 질서로 문치의 시대를 연 유능한 창업주였다고 평가한다. 나귀에서 굴러 떨어질 정도로 반색한 진단 선생의 예지력이 빛난다.
2025년 6월 3일은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대통령! 능력이 있다 해서 모두 대통령이 될 순 없다. 또 대통령이 됐다 해서 모두 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진 않다. 제21대 대통령은 진단 선생처럼 반색하는 사람들이 많은 후보가 선출될 것이다.
그런데 제21대 대통령은 선출될 때의 반색과 후일의 예지력이 반드시 맞닿아야 할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시절이 변했기 때문이다. 많은 학자들은 지금 거대한 국제정치의 압도적 영향을 받고 있는 역사적 변곡점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세계 질서의 변화를 서울대 이문영 교수는 “우아한 위선의 시대가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왔다”로 표현했다.
이는 지금까지 일반적인 지구촌 가훈이 “근면, 성실, 착하게 살자”였다가, 하루아침에 “돈 벌자, 어떻게든 벌자”로 바꿔 버려 각국이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이제는 다른 패턴의 대비가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해결을 기다리는 국내문제 역시 가볍지 않다. 그만큼 대통령의 어깨를 누르는 중량감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혼란한 시기에 나라를 건국한 조광윤이 후덕한 마음과 바른 정책으로 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듯이 새 대통령도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현대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경영’은 일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이고, ‘리더십’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부디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은 다스린다는 의미의 통치가 아닌 제대로 된 국가 경영과 리더십을 통해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는 길을 넓혀 주길 바란다.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