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감 패는 ‘금쪽이’, 법 없인 더 멍든다

지난 3일 전주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A군이 수업 중 옆자리 학생들에게 욕설을 하고 담임 선생님을 때렸다. A군은 교사 지시를 따르지 않고 조퇴하겠다며 가방을 들고나가면서 우산으로 교실 문을 내려쳤다.

심지어 지도하는 교감 선생님 빰을 5~6차례나 때리고 가방을 휘둘렀다. 계속해서 A군은 욕설과 ‘너는 감옥에나 가라’는 등 반말을 하면서 교감 선생님 얼굴에 침을 뱉고 팔뚝을 깨물었다. 이날 A군은 끝내 무단으로 학교를 빠져나가 집으로 갔다.

이 뉴스를 보고 ‘저 친구는 참 많이 아픈 친구다’는 생각과 함께 만감이 교차했다. 만약 저 친구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누군지 모르나 향후 특정 혹은 불특정 사람들이 겪는 아픔까지 예측하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

만약 A군이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결국 누가 오랫동안 아픔을 겪게 될까. 바로 부모다. 고통 너머의 고통이 지속될 것이다. 현재 A군은 신체적으로 왜소하고 힘도 약한 아동이다. 아직은 부모 뜻대로 행동 상의 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불과 5~6년만 지나면 상황은 반전된다. A군은 신체 발육이 왕성해져 힘이 넘치는 청년으로 자랄 것이다. 그런데 신체가 발육한 만큼 인성발달은 없었다. 고통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때도 자식이 부모 말을 들을까. 이제는 부모 뜻이 아니라, 자식이 부모를 통제한다. 고통이 시작된 것이다.

소년법에서 소년에게 부과할 수 있는 보호처분 종류. 이미지=박준재

#장면1.

소년원에서는 매주 1~2차례씩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에 참석한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소년범에게 10호 처분(장기 소년원 송치, 2년)을 자주 결정해 ‘천10호’라는 별명이 있다.

그날도 천종호 부장판사는 소년범에게 10호 처분을 부과했다. 소년은 그 자리에서 울고불고 잘못했다며 용서를 빌었다. 방청석에 있던 소년의 어머니도 울면서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통사정했다. 그러나 처분은 번복되지 않았다. 소년은 체념하며 수갑 차고 소년원으로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친모는 재판정을 나오며 친구에게 전화했다. 환하게 웃으며 당분간 살게 됐다고 말하며 안도의 미소를 띤다. 소년은 부모에게 무한 고통이다. 법으로나마 강제로 떨어지게 된 것이 흡족했다. 실제 있는 일이다.

#장면2.

소년원 면회실이다. 소년원생과 부모가 만나는 장소다. 사람이 많은데도 한쪽에서 한 소년원생이 쌍욕을 했다. 사는 형편이 넉넉지 못한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화가 난 소년은 부모에게 욕설을 했다. 부모는 아무 소리 못했다. 소년은 욕구가 즉각 충족되지 않으면 바로 공격성을 보였다. 그렇게 키워진 것이다.

#장면3.

소년원생이 부모에게 부치는 편지 내용이다. “7일에 한 번씩 면회를 오지 않으면 나중에 집에 가서 불질러 버리겠다”고 썼다. 또 “너희가 그때도 편하게 살줄 아느냐?”며 욕설과 협박이 가득하다.

기가 막히지만 모두 사실이다. 가정은 이미 경제적, 정서적 파탄 지경이다. 부모는 자식이 무서워도 어쩔 수 없어 함께 산다. 우리 사회에 자식에게 매 맞는 부모가 적지 않다는 사실, 믿어지는가.

결국 부모가 큰 고통을 받게 된다는 지적은 특정 가정을 향한 악담이 아니다. 법원과 검찰에서 의뢰받은 소년범에 대한 수천 건의 판결전조사와 결정전조사, 그리고 소년원생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측이다.

사진=‘정서행동 위기학생’ 관련 KBS 뉴스(2024.06.10) 스틸컷

언론보도에서 A군이 일으킨 파장을 다시 살펴보자. A군의 일탈행위는 우리 사회가 함께 힘써야 할 문제를 부각시켰다. ▷학생들이 있는데도 A군 어머니는 소리치며 담임교사를 폭행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은 충격과 불안감을 호소했다. 심지어 교육감이 왔는데도 A군 아빠가 또 선생님을 혼내러 온 줄 알고 벌벌 떨었다.

▷A군은 학생 3명을 때렸다. ▷교내에서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개××, 개××’ 욕하고 뺨을 때리는 시늉하는 놀이를 한다. ▷교육청은 A군이 심리치료를 받도록 어머니에게 권고했으나 거절했다. 현행법상 보호자 동의가 없으면 치료를 할 수 없다.

열흘 뒤 A군이 등교한다. 치료는커녕 아무런 대책 없이 A군을 학교라는 공간에 욱여넣는 격이다. 치료하지 않으니 A군은 5차례나 전학을 했는데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안타깝지만 어딜 가든 A군의 일탈은 계속되고 규모도 더 커질 것이다.

정서행동 위기학생 어떻게 할 것인가? 좋은교사운동 공동 토론회(2022.11.15.)에서 최경희 교사의 주제발표 장면. 사진=서울시교육청TV 스틸컷

좋은교사운동(2022년 11월 15일)이 마련한 ‘정서행동 위기학생 어떻게 할 것인가?’란 공동토론회 당시 최경희 교사는 주제발표에서 교사 681명 중 593명(87.1%)이 위기학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행동 위기학생 학급 내 분포’는 교사 56%가 1~2명, 35%가 3~4명이며, 심지어 교사 7%는 5~6명이 된다고 답했다.

위기학생 유형으로는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반항, 품행문제, 무기력 등의 증세가 자주 관찰된다고 밝혔다. ‘정서행동 위기학생’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7월 2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국립정신센터도, 국내 아동·청소년 ‘품행장애’ 유병률(전체인구에서 질병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평균 4%다. 즉, 0~17세 725만 6000명의 4%(2022년 기준), ‘29만 명이다’는 자료도 심각한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정서행동 위기장애’로 치료가 필요한 학생이 29만 명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강제하지 못하고 방임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치료가 필요한 위기학생은 늘어난다. 더불어 학습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는 제3의 학생도 증가된다. 교권침해 또한 더 심각해진다. 교사들은 대부분 ‘늘 조마조마하고 긴장된 시간(74.5%)’, ‘학생 일로 트라우마가 발생했다(36.1%)’고 답변했다.

정서행동 위기학생 어떻게 할 것인가. 2022년 11월 15일 열린 좋은교사운동 공동 토론회에서 한성준 정책위원장이 발표한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도 시 가장 필요한 것’이다. 이미지=박준재, 토론회 자료 재구성

좋은교사운동 한성준 정책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도 시 가장 필요한 것’으로 “교내 전문적 시스템, 법적 근거, 리더의 책임, 진료비 지원, 교사 간 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원 시스템 없이 교사 1인이 모든 것을 감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1년만 무사히 지나가기를…’, ‘내가 안 맡았으니 이번 연도는 다행이야…’ 하는 처절한 현장 모습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교육기본법 제2장에서는 학습자, 보호자, 교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를 ‘교육 당사자’로 규정하고 그 권한과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위기학생은 교육현장을 휘젓고 다닌다. 보호자는 비협조적이다. 교사가 매뉴얼조차 없이 각자 방식으로 대처한다. 국가는 방임한다. 오늘날 우리의 공교육 현장에서 위기학생을 처우하는 방식이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이 지난 6월 4일 국회에서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 발의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강경숙 의원실
*대한민국 국회 발의 법률안 처리절차. 이미지= 박준재

마침, 지난 4일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법’, 이른바 ‘금쪽이 지원법’을 대표발의했다. 현재는 입법예고 중에 있다. 이 법률안은 11개조와 부칙으로 구성됐다. 제안이유는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체계적 지원을 하기 위함이다. 주요내용은 국가와 지지차제의 책무(제3조), 교육부장관의 종합계획 수립과 시행(제5조), 위기학생 지원센터 지정·운영(제10조) 등이다.

이 법률안이 법조문만으로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완벽하게 대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기학생 지도와 치료에 관한 내용을 최초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나의 법률안이 시행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거친다. 지난 5월 2일 박인숙 전 국회의원(19·20대)에 따르면,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수는 20대 2만개 이상, 21대 2만4000개였다. 그리고 19대 국회에서 법안통과 15.7%, 법안폐기 84.3%였다. 20대 국회는 통과 36.4%, 폐기 63.6%였다. 법안 통과소요 평균기간은 1년 6개월~2년이다. 그야말로 ‘유산균이 살아서 장(腸)까지 도달한 확률’보다 낮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 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교육 전문매체 ‘교육언론창’이 지난 6월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보건교사노동조합은 “‘금쪽이 지원법’은 학생들의 인권 침해성 소지가 있다”며 법 제정에 반대했다. 또 교사들은 “이 법이 제정되면 학교상담의 역할과 범위가 축소될 위험성이 있고, 전체학생의 상담 받을 권리가 박탈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교육현장의 인적·물적 시스템으론 ‘정서행동 위기학생’ 대처가 불가능한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대처방안이 없다. 치료가 시급한 학생을 강제전학으로 봉합한다. 시한폭탄 돌리기로 위치 이동시키기에 급급하다. 여기에 부모의 무관심과 국가의 방임이 맞물려 공교육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우리 미래가 여기에 있다. 교육 시스템을 확립하는 1차적 책임과 권한은 국가에게 있다. 국가는 위기학생 문제에 조기 개입해 그들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만들 책임이 있다. 고로 아동 치료를 방임하는 국가는 유죄다.

박준재 기자
박준재 기자
▪︎광양시니어신문 기자 ▪︎보호관찰소/소년원/위치추적관제센터에서 근무 후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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