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청사. 사진=이경희
광양의 미래. 사진=광양시
하동군청사. 사진=이경희
하동군 갈사만 조감도. 사진=하동군

광양은 철강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산업도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광양항은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며, 수많은 기업과 근로자의 삶이 이 산업 생태계와 연결돼 있다.

그러나 철강산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광양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의 어려움은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일자리와 상권, 시민의 삶을 지키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광양만으로 연결된 경남 하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양의 철강 생산과 항만·물류 기반, 하동의 산업단지와 에너지 전환 과제를 연계한다면 두 지역이 함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이제 광양과 하동의 협력을 통해 광양만의 미래를 설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철강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기계 등 다양한 산업의 기초 소재다. 따라서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제철소의 생산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재를 가공하고 부품을 생산하며, 이를 활용한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전후방 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광양은 철강 생산과 항만·물류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철강 소재, 친환경 철강기술, 정밀가공 및 첨단 제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중소 협력기업의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도 함께 추진해야 산업 전반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고용 기반을 지킬 수 있다.

다만 관련 산업시설과 기업을 광양에만 유치하는 방식은 투자 여건 등의 한계가 있으므로 인접 지역의 산업 기반을 활용해 기능을 분담하고 상호 보완하는 방안도 살펴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하동과의 협력은 광양의 산업정책을 확장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하동에는 갈사만 조선산업단지와 대송산업단지 등 산업 발전을 위해 조성하거나 개발해 온 공간이 있다. 특히 갈사만 산업단지는 조선·조선기자재·해양플랜트 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사업 지연 등으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갈사만 산업단지는 지정면적 5,612,938㎡, 산업시설용지 3,585,630㎡ 규모로, 당초 2008년 3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사업비 1조 5,970억 원을 투입하는 민간개발 사업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개발계획이 여러 차례 변화로 2023년 12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고시 제2023-20호에 따라 제15차 개발계획 변경이 이뤄졌다.

이어 2024년 6월 27일 경상남도와 한국토지신탁, 하동군,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갈사만 산업단지 개발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나, 현재까지 사업 추진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기존 개발계획의 추진 상황과 사업 여건을 면밀히 살펴보고, 새로운 산업 수요와 연계한 활용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양의 철강 소재와 산업기술, 항만·물류 기반을 하동의 산업용지와 연결한다면 철강 가공, 산업기계, 해양구조물, 조선기자재, 에너지 설비 등 연관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광양과 하동이 함께하는 ‘광양만 경제공동체’ 제안

산업과 물류, 일자리는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기업 역시 생산 여건과 인력 확보, 물류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 지역을 선택하므로 광양과 하동은 각자의 강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광양시와 하동군을 비롯해 POSCO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공동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특히 광양시가 주축이 돼 공동 산업 발전계획을 마련하고, 산업단지 활용 가능성 조사와 기업 유치, 기술인력 양성, 물류·교통 개선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광양의 미래를 광양 혼자 감당하기보다 철강과 항만이라는 광양의 경쟁력에 하동의 산업용지와 개발 잠재력을 연결하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할 기회를 넓힐 수 있다. 이는 기존 산업을 지키는 동시에 인접 지역과 함께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전략이다.

광양은 철강산업의 어려움에 대응하는 데 머물지 않고, 철강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 하동 역시 기존 산업단지의 활용 방안을 찾고 지역의 산업 전환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광양의 철강산업을 지키고 하동의 산업 잠재력을 새로운 기회로 연결하는 것. 두 지역이 힘을 모아 광양만의 미래를 설계하는 ‘광양만 경제공동체’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