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우 원장은 센터에 계신 어르신들을 모두 엄마, 아버지로 부른다. 그 곁에서 한 시간만 같이 있어보면, 얼마나 어르신들께 살갑게 하는지, 모르는 이가 보면 진짜 그의 부모님으로 착각할 정도다. 사진=복향옥
지난 9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센터 어르신들께 족욕과 얼굴 마사지해 드리던 날, 늘 해오던 것처럼 황 원장은 손발톱 정리를 맡았다. 사진=복향옥
지난 5월, 봉강초등학교 가족운동회에 초대된 센터 어르신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사진=광양노인복지센터
땡볕 내리쬐는 지난 6월 어느날, 다목적홀 건립 예정지에 잔디를 심고있다. 잔디는 어르신들에 대한 황 원장(맨 오른쪽)의 진심에 감동한 어떤 가족이 기증했다. 사진=복향옥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새로 건립될 다목적홀 도면을 보면서 즐거운 꿈을 설계하는 황찬우-박진숙 부부. 사진=복향옥

광양시 봉강면에 자리한 광양노인복지센터(양로원)에서는 최근 종사자들을 위한 ‘노인 구강관리’ 교육이 열렸다. 어르신들이 스스로 챙기기 어려운 부분일수록 더 정확한 지식과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며, 직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진지하게 배움을 이어갔다.

이곳에서는 구강 관리뿐만 아니라 급식관리, 건강관리 등 돌봄의 기본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교육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매일 어르신들의 하루를 책임지는 사람들이기에, ‘더 잘 모시는 법’을 공부하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 광양노인복지센터의 가장 깊은 뿌리는 교육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 나만 엄마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황찬우 원장은 열아홉 살이 되던 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일곱 명의 누나와는 어머니가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정성으로 키워준 어머니가 늘 고마웠다.

“성공해서 효도하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 보니 아버지도, 어머니도, 친어머니도 모두 건강이 쇠약해져 있었다. 그때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부모는 내게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가족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2006년부터 시작된 ‘진심을 다하는 돌봄’

그 무렵부터였다. 연고가 없거나, 가족이 모시기 어려운 상황의 어르신들을 만나면 황 원장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결국 “우리와 함께 지내요”라며 손을 내밀었다.

그 한마디에서 시작된 돌봄이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말한다.

“가족 없이 센터에서 머물다 하늘로 가시는 분들 장례를 치를 때 마음이 제일 아프지요. 그래도… 마지막 길을 외롭지 않게 해드릴 수 있어 감사해요.”

■ 센터의 돌봄은 ‘함께하는 마음’으로 더 단단해져

광양노인복지센터의 돌봄은 원장 부부의 마음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손을 내민 이웃들이 함께했기에 오늘의 모습이 가능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어르신들이 목욕할 수 있도록 섬겨주는 ‘광영 스파렉스’, 일주일에 한 번씩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주는 ‘블랙 삭스핀’ ‘명인정’ ‘부영반점’ ‘구들장돌구이’, 매월 꾸준히 방문해 어르신들의 이·미용을 맡아주는 ‘광양대광교회 이·미용 봉사팀’과 ‘사랑실은 교통봉사단’ ‘포스코 아름드리봉사단’, 또 한 달에 두 번씩 어르신들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초기에는 중마동 ‘조기섭 내과’가, 최근에는 ‘광양서명진한의원’이 아름다운 섬김을 실천하고 있다. 그밖에도 광양서울병원, 순천제일병원의 도움도 크다.

황 원장은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말하며,  “그분들 아니면, 지금처럼 어른들을 지금처럼 모실 수 없다” 고, 마음 깊이 고마움을 전했다.

돌봄은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의 손길, 누군가의 시간, 누군가의 마음이 모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센터의 일상 속에서 이웃들의 온기가 스며든 흔적은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된다.

■ 기술보다 먼저 배우는 것,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

구강관리, 급식관리, 건강관리 교육은 어르신의 몸을 돌보는 기술을 알려주지만, 그 바탕에는 한 가지 철학이 흐른다. 사람을 사람답게 모시는 것. 이 철학은 지역의 봉사자들과 나누는 손길에서도 다시 확인된다.

아침의 물 한 잔, 식탁을 차리는 손길, 건강 이상을 먼저 알아채는 눈빛, 조용히 손을 잡아주는 순간. 광양노인복지센터에서는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맺는 약속 같은 일상이다.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 돌봄은 이웃의 사랑이 더해져 지금은 한 공동체의 문화가 되었다.

광양노인복지센터. 이곳에서는 돌봄이 직업이 아니라, 사람에게 배운 사랑을 다시 사람에게 돌려주는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