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인’이 될 뻔했다. 지금 나는 젊고 행복한 시니어

2024년, 양평군 노인일자리 미디어부문에서 근무하며 ‘인생노트’라는 수업에 참가했다. 사진=임영희
2024년, 양평군노인복지관 노인일자리사업 미디어부문에 근무하며 동료 기자들과 이 복지관 주관으로 ‘국립춘천숲체원’을 방문했다. 사진=임영희
2024년, 양평시니어신문 기자로 근무 중 ‘더좋은양평 시니어패션’이 주관한 폐 섬유 업사이클링 패션쇼에 재능기부로 참가했다. 패션쇼에 앞서 대기실에 선 모습이다. 사진=임영희
2024년, 양평군노인복지관 노인일자리사업 미디어부문으로 운영된 양평시니어신문 시니어기자로 활동하는 모습이다. 사진=임영희
아마추어 모델 임영희. 사진=임영희

[양평=임영희 기자] 2023년 여름이었다. 양평군노인복지관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1층 게시판에 붙어 있는 시니어기자 교육생 모집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망설이기도 했지만, 어느새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4일간 4시간씩 이어진 기본교육, 그리고 6개월간의 수습교육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묵묵히 인내하며 마침내 기자 교육 과정을 무사히 수료했다. 하지만 교육을 마쳤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오른쪽을 생각하면서 왼쪽이라고 말해버리는 나이가 되어버린 내 모습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2024년이 시작되며, 예상치 못했던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지원 노인일자리사업 중 미디어 부문에 선발되어 2월부터 11월까지 양평군노인복지관으로 출근하게 된 것이다. 첫 출근 날, 차를 몰고 복지관으로 향하며 느꼈던 잔잔한 설렘은 지금도 선명하다. 하지만 그 설렘과 함께 시작된 기자 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컴퓨터를 이용해 기사를 작성하는 일, 사진을 옮기고 인터뷰 내용을 녹음하며 수많은 이야기를 A4 한 장에 3~4번 압축해 담아내는 작업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특히 요약 능력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기사 한 편을 완성하는 데 이틀 이상 걸리기 일쑤였다. 게다가 띄어쓰기가 발목을 잡고, 잘못 쓰는 단어까지 총체적 난국을 이루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아이들 성장 일기를 쓰고, 곧잘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곤 했던 내가 이리 버벅거리게 된 현실은 스스로를 짜증 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기자들 모두가 70대 안팎의 연령대였기에 서로 의지하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영원히 미완성’인 상태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기자 생활을 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비 오는 날 서투른 운전으로 양동면과 지평면 산중턱에 위치한 양평자원센터를 찾아다니며 교육을 받고, 취재를 하기도 했다. 연재 중인 ‘양평화가’를 통해 만난 화가들의 행복한 미소에서 전해 받은 따스한 마음들, 개군면 바르살기회와 새마을회의 자원봉사 활동을 보며 느꼈던 따뜻한 감정들은 내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개군면 ‘개군 역사문화 연구회’의 활동은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아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자신이 사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방문하며 설명하고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성장 후 고향을 떠났을 때 다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소중한 목적을 담고 있었다. 이를 취재하며 나 역시 양평군민으로서의 자부심이 한층 커졌다.

더불어 개군면 기초생활 거점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청춘고백, 신나는 놀이 한마당’을 취재했던 시간도 기억에 남는다. 개군초등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흥겨운 놀이의 장은 “아이들이 즐겁고 살기 좋은 곳이야말로 사람들이 안주하고 싶어 하는 마을”이라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게 했다.

또한, 나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한 ‘업사이클 패션쇼’도 잊을 수 없다. ‘더 좋은 양평 시니어 패션’에서 주관한 패션쇼에서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직접 무대에 서며 참여했던 순간들은 내 인생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모인 소중한 시간들이 2024년을 채우고 있다. 기사를 쓰는 손은 여전히 더디고, 실수도 많지만, 2025년에도 나는 여전히 기사를 쓰고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손으로 기록하며.

나의 여정은 이렇게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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