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조선시대 문(文)·충절(忠節) 상징 ‘매천’ 기린 매천역사공원

매천(梅泉) 황현(黃玹)은 1855년 음력 12월11일 봉강면 서석촌에서 출생했다. 본관은 장수(長水), 황희 정승의 후손이다.

매천 황현은 한 번의 죽음으로 역사의 영원한 꽃으로 피어났다.

광양시는 경술국치(庚戌國恥)에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로써 항거한 매천의 애국지조와 우국정신을 되새겨, 실천하는 항거지사 매천 황현의 생가 복원과 역사공원을 2010년에 조성했다.

매천역사공원(봉강면 석사리 1134)은 매천 황현선생 생가에서 성인 도보로 9분 정도 소요된다. 역사공원 입구에는 공원 안내도가 있다.

매천 역사공원 안내도. 사진=한재만

1874년(20세)에 상경해 강위, 김택영, 이건창과 함께 한말 한국문학의 4대 문장가로 활동했다. 29세 때인 1883년(고종 20년) 과거에 응시하여 초시 초장에서 장원에 뽑혔다. 시험관이 그가 몰락한 가문 출신임을 알고 차석으로 떨어트렸다. 이에 당시 부패한 과거제도와 조정의 현실을 간파한 그는 벼슬의 뜻을 버리고 낙향했다. 그 후 부친의 뜻에 따라 1888년(34세) 생원에 응시, 장원해 성균관 생원이 됐다.

매천 황현은 시문집 ‘매천집’, ‘매천속집’, ‘동비기략’과 역사 비평서인 ‘매천야록’을 저술했다. 대표 기록물인 매천야록에는 대원군 집정(1864년)부터 경술국치(1910년)까지 위정자의 비리, 일제의 침략상, 민족의 저항 등 47년간의 역사가 세밀하게 기록돼 있다. 또한, 매천의 학문적 깊이와 예리한 비평의식이 그의 애국심과 배합돼 좋은 향기를 풍기는 책이라 전해진다.

매천야록은 ‘오하기문’, ‘절명시첩’, 유묵․자료첩, 문방구류, 생활유물 등과 함께 3.1운동 100주년이던 2019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1910년 8월 29일,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한 날이다. 통치권을 일본에 넘기도록 규정한 한일병합 조약을 공표한 날이다. 일본은 한일합병이라고 하나 국가적 치욕이라는 의미로 ‘경술국치(庚戌國恥)’라 부른다.

경술국치가 있던 해 9월 10일, 매천 황현은 소주에 아편을 섞어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절명시 4수를 남겼다.

일찍이 나라를 지탱하는 데 조그마한 공도 없으니 단지 인(仁)을 이를 뿐이요, 충(忠)은 아닌 것이로다. 끝맺음이 겨우 윤곡(尹穀)처럼 뒤따름에 그칠 뿐, 당시의 진동(陣東)처럼 뒤를 밟지 못함이 부끄럽다.

생가내에 세워진 절명시비. 사진=한재만

당시 경남일보 주필이었던 장지연은 1910년 10월 11일, 매천의 절명시 4수에 애도의 글을 붙여 보도한 사유로 일제로부터 약 열흘 간 정간 처분을 당했다거 전해진다.

1914년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시인 만해 한용운은 “의리로써 나라의 은혜를 영원히 갚으시니, 한번 죽음은 역사의 영원한 꽃으로 피어나시네. 이승의 끝나지 않은 한 저승에는 남기지 마소서, 괴로웠던 충성 크게 위로하는 사람 절로 있으리”라는 친필 추모시로 매천의 넋을 기렸다.

매천은 실천하는 지식인이자 조선의 마지막 선비로 추앙받았다. 2500여 수의 시를 남긴 문장가이자 47년간의 역사를 꼼꼼히 기록한 역사가다.

매천역사공원은 매천 선생의 묘역, 붓과 책을 형상화해 매천의 일대기를 적은 기념비, 창의정, 영모재, 문병란 시인의 ‘매천송’ 시비 등이 있어 방문객 발걸음을 머물도록 한다.

부친과 아들이 같은 묘역에서 잠들었다. 사진=한재만
매천 일대기 석비. 사진=한재만
매천의 절의를 빛나게 한다는 창의정. 사진=한재만
서울대 이영주 교수가 매천을 칭송한 ‘창의정기’ 현판. 사진=한재만
매천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 영모제. 사진=한재만

1962년 정부는 매천의 충절을 기려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매천은 1999년 8월 문화관광부 ‘문화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매천 황현이 태어나고 살았던 생가와 그가 묻혀 있는 역사공원을 찾아 일제에 국권을 상실한 경술국치의 치욕을 되새기고 나라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재만 기자
한재만 기자
광양 P사 32년 근무, 정년퇴직. 취미활동 : 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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