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밝은 인사로 승객을 맞는 광양교통 천순애 기사. 6년째 광양의 길을 달리며 승객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영순
“짐이 많으시네~ 제가 들어드릴게요.” 어르신들의 무거운 짐을 기꺼이 들어주고, 어르신의 손을 잡고 안전한 승차를 돕는 천순애 기사. “내 부모님 같아서”라는 마음으로 한 분 한 분을 살뜰히 챙긴다. 사진=이영순
천 기사는 “아버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죠.” 버스 안에서도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다정한 말벗이 되어준다. 어르신들에게 천 기사는 운전기사이면서 짐꾼이고, 때로는 다정한 말동무다. 사진=이영순

광양교통에는 ‘미소 천사’로 불리는 천순애 기사가 있다.

기자는 특별한 미팅이 없는 날이면 버스를 즐겨 탄다. 그러다 가끔 천순애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를 만난다. 버스에 오르는 순간 건네는 밝은 인사부터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살피는 모습까지, 볼 때마다 남다른 친절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버스 문이 열리면 천순애(57) 기사의 밝은 인사가 먼저 승객을 맞는다. 시골 마을 단골 어르신들을 만나면 인사는 더욱 살가워진다.

“어머님, 아버님, 잘 지내셨어요? 오늘 장에 가셨어요? 짐이 많으시네~~.”

마치 오랜만에 만난 가족을 반기듯 반갑게 말을 건넨다. 그래서인지 천 기사의 버스에서는 승객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저런 기사님은 처음 봤어요.”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져요.”

“어르신들을 친자식처럼 챙겨줘서 너무 고맙지.”

천 기사는 어느새 ‘미소 천사’로 불린다. 광양을 찾는 이들에게는 ‘광양의 외교사절’이라는 표현도 아깝지 않다. 버스 안에서 만나는 짧은 인사 하나가 광양의 따뜻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천 기사의 친절은 말에 그치지 않는다. 짐을 든 어르신이 보이면 운전석에서 얼른 일어나 다가가 손을 잡아드린다.

“자, 기다려봐요. 엄마, 손 잡아봐. 으샤!.”

“차례대로 천천히요. 출발하네, 출발해~~~.”

손을 잡아 승차를 돕고, 장바구니며 무거운 짐도 받아준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차가 완전히 멈추고 나면 일어나요. 천천히, 조심해서 내리세요. 안녕히 가세요.”

마지막 승객까지 살피는 그의 행동은 하루 이틀의 친절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천 기사는 그 이유를 담담하게 말한다.

“제가 짐을 받아드리고, 짐을 내려드리고, 손을 잡아드리는 이유가 내 부모님 같아서예요. 자식 같은 마음이죠.”

그 마음이 승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모양이다.

버스 한 대가 작은 마을이 되는 시간.

천 기사의 버스에서는 운전기사와 승객의 거리가 유난히 가깝다.

“아버지, 연세가 올해 얼마 되셨어요?”

“구십!”

“아이, 정정하시네! 부모님들은 자식들한테 버팀목이에요. 잘 드셔야 해요. 밥이 보약이여. 잘 잡수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요.”

짧은 버스 여정이 안부를 묻고 건강을 챙기는 시간이 된다.

 

어르신들에게 천 기사는 운전기사이면서 짐꾼이고, 때로는 다정한 말동무다.

“기사님, 정말 고마워요.”

“참 친절해.”

“다음에도 기사님 차 타고 싶어.”

천 기사에게는 이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상장이나 다름없다. 승객들의 칭찬은 광양시에서도 인정한 친절한 기사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천 기사는 버스 운전대를 잡기 전 20여 년 동안 옷 가게를 운영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사람을 만나고 옷을 고르는 일이 곧 일상이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이 점점 줄었다. 오랜 시간 지켜온 가게를 내려놓고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그때 만난 것이 버스 운전대였다.

 

천 기사가 시내버스 운전대를 잡은 지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처음에는 운전하지 말라고 했어요.”

시내버스 기사인 남편에게 대형버스 운전을 해보고 싶다고 하자 남편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반대했다. 하지만 아내의 간절한 열망을 꺾을 수 없어 이내 곧 든든한 도우미가 되어주었다.

 

천 기사는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관광버스를 운전하며 1년간 경험을 쌓은 뒤 광양교통에 입사했다.

남편 역시 18년째 버스 운전대를 잡고 있는 베테랑 기사다. 처음에는 극구 만류했던 아내가 이제는 같은 회사에서 함께 달리는 동료가 됐다.

회사에서는 남편은 천순애 기사를 ‘천 기사님’, 천 기사는 남편을 ‘선배님’이라 부른다.

같은 노선을 운행하다 마주치는 날이면 말 대신 손가락 하트로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길 위에서 만나는 짧은 순간, 서로의 수고를 알아주는 신호다.

 

천 기사의 인생에도 굴곡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새로운 길에서 하루하루 힘차게 달리고 있다. 꽃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좋은 사람과 함께 걷는다면 흙길도, 자갈길도 꽃길이 된다는 것을. 남편은 아내를 장미꽃에, 아내는 남편을 해바라기꽃에 비유한다. 화려하게 내세우기보다 서로를 바라보고 응원하며 묵묵히 같은 길을 달리는 모습이 닮았다.

도농복합도시인 광양에는 좁고 굽은 시골길이 많고, 경운기나 트랙터가 오가는 길도 적지 않다. 어느 날 기자는 천순애 기사의 버스에 올랐다. 논둑과 밭둑을 따라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을 달리는데, 맞은편에서는 통학버스가 오고 길가에는 경운기까지 세워져 있었다.

자칫 운전자의 신경을 곤두세울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천 기사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당황하거나 서두르는 기색도 없었다. 오히려 활기찬 목소리로 경운기 쪽을 향해 “조금만 한쪽으로 이동해 주세요”라고 차분하게 요청했다.

운전 중 흔히 나올 법한 거친 말이나 짜증 섞인 반응 대신, 상대를 배려하는 말 한마디가 먼저 나왔다. 운전대를 잡은 손은 단단했고, 승객을 대하는 얼굴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 차분함과 따뜻함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천순애 기사가 달리는 길은 단순한 버스 노선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을 실어 나르는 길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의 버스에는 승객만 타는 것이 아니다. 미소가 타고, 정이 타고, 광양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 달린다.

‘버스길도 인생길도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그 바람을 품고 천순애 기사의 버스는 오늘도 광양의 길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