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섬진강 하구의 하동과 광양 일대 주민들이 ‘거랭이’라는 전통 도구를 이용해 강바닥을 긁어 재첩을 채취하는 어업 방식이다.이 전통 어업은 2023년 7월 국내 어업 분야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됐다. 이는 섬진강 하동·광양 지역 주민들이 오랜 세월 이어온 손틀어업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한편,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세계유산 등재에 앞서 2018년 11월 ‘국가중요어업유산 제7호’로 지정된 바 있다. 사진=배진연
재첩 골라내기 작업. 거랭이로 채취한 재첩은 작은 돌과 흙이 섞여 있어 채를 이용해 분리한 뒤, 표면을 깨끗이 세척한다. 사진=광양시

광양시(시장 정인화)는 남해군·하동군과 함께 전통어업의 세계화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고 22일 밝혔다. 세 지자체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인정한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계기로 공동 브랜드화와 국제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광양시는 지난 10월 20일 남해군과 하동군을 차례로 방문해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의 세계화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공동 홍보 전략 수립 ▲실무협의체 구성 ▲후속 사업 추진 방향 등을 논의하며, 전통어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 기반을 다졌다.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은 2002년 FAO가 제정한 제도로, 오랜 세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형성된 전통 농·어업 방식과 생태적 경관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 인증 제도다.

‘광양‧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2023년 7월 국내 어업 분야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으며,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어업’도 올해 7월 등재되어 오는 10월 31일 이탈리아 로마 FAO 본부에서 인증서를 수여받을 예정이다.

광양시와 하동군은 인증서 수여식에서 공동 전시 부스를 운영하고, 국제 홍보 캠페인과 홍보물 공동 제작 등 협력 활동을 정례화해 지속 가능한 어업유산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광양시 철강항만과장은 “이번 등재는 단순한 전통유산 보존을 넘어 지역 간 연대를 통한 어업 가치의 세계적 확산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생태·문화·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어업유산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섬진강 재첩은 백합목 백합과에 속하는 민물조개로,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을 잇는 섬진강 하구의 기수역에 서식한다. ‘재치’ 또는 ‘가막조개’로 불리며, 모래에서 자란 것은 황갈색, 펄이 섞인 곳에서 자란 것은 담흑색을 띤다.

전통 재첩잡이 방식인 ‘손틀어업’은 썰물 때 강바닥을 ‘거랭이’라는 부채살 모양의 도구로 긁어 재첩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섬진강 하구 주민들이 오랜 세월 이어온 생업이자 공동체 문화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보여주는 생태적 지혜가 담겨 있다.

채취한 재첩은 채를 이용해 돌과 흙을 걸러내고, 해감 후 삶아 껍질과 살을 분리한다. 재첩은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채취되며, 5~6월이 제철로 가장 맛이 좋다. 주요 채취 구간은 광양 배알도에서 다압면 금천마을, 하동 지역에 이르는 섬진강 하구 일대다.

예로부터 재첩은 간 해독과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 알려졌다. 타우린, 메티오닌, 시스테인 등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B12가 풍부해 간 기능 강화와 피로 회복,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는 “간을 맑게 하고 황달을 치료하며 위장을 깨끗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B12는 ‘코발라민(cobalamin)’이라고도 불리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적혈구 생성, DNA 합성, 신경세포 기능 유지 등 신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주로 육류, 생선, 달걀,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에 풍부하며, 부족할 경우 빈혈이나 신경계 손상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맑은 섬진강에서 잡은 재첩으로 끓인 재첩국은 세대를 이어온 전통과 생태의 조화를 담은 ‘살아 있는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