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양 읍내에서 차로 10분 남짓 달리면 봉강초등학교 옆, 아담한 베이커리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이름은 ‘중앙상회 1968 베이커리’. 외할머니가 1968년 처음 열었던 슈퍼마켓 ‘중앙상회’의 기억을 잇는 공간이다. 그 주인공은 서유리(29) 씨. 20대 대부분을 서울과 제주에서 보낸 그는 고향 광양으로 돌아와 외할머니의 가게를 베이커리 카페로 새롭게 꾸몄다.
서 씨는 매일 오전 6시 30분이면 빵을 굽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외할머니가 남겨주신 공간에서 제 꿈을 펼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마을 사람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유리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Q. 언제부터 제과제빵을 꿈꾸셨나요?
A.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가족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내놓을 때마다 정말 행복했죠. “맛있다”는 말이 저한테는 최고의 선물이었어요. 중학교 때는 방과 후 요리학원을 다녔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도 호텔조리학과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빵과 쿠키에 끌려 제과제빵 전문학교로 진학하면서 파티시에의 길을 걷게 됐어요.
Q. ‘중앙상회 1968 베이커리’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A. 사실 처음엔 광양 읍내나 순천에서 가게를 열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외할머니가 운영하시던 식당을 제안하셨고, 그 공간을 카페로 바꾸게 된 거죠. ‘중앙상회’는 외할머니가 1968년에 처음 연 슈퍼 이름이에요. 그 뜻을 살려 ‘중앙상회 1968 베이커리’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저한테는 세대를 잇는 소중한 상징이에요.
Q. 운영은 혼자 하시나요?
A. 아니에요. 제 동생 연수(23)도 함께하고 있어요. 단점이요? 하나도 없어요. 제가 뭘 필요로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척 알아차리고 도와주거든요. 가족이라 그런지 호흡이 정말 잘 맞아요.
Q. 가장 힘이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역시 고향 사람들의 응원이에요. 어릴 적부터 저를 지켜봐 온 마을 분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어요. 빵이 맛있다며 칭찬해 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처음에는 외진 곳이라 걱정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소문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자 마을분들이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A. 언젠가는 이곳에서 베이킹 클래스를 열고 싶어요. 어린 시절의 저처럼 꿈꾸는 아이들을 돕고 싶고, 마을 사람들과도 ‘빵 굽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곳이 세대를 잇는 자리이자, 누구에게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외할머니의 오래된 가게에서 시작된 ‘중앙상회 1968 베이커리’는 이제 청년의 꿈과 마을 사람들의 추억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됐다.
서유리 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곳이 마을의 작은 쉼터이자 ‘빵 냄새 나는 행복한 꿈터’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며, “그 날을 향해 오늘도 새벽부터 빵을 굽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