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기도 광주와 전남 광양에서 10대와 20대 여성의 투신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청소년·청년층의 자살 예방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7일 경기도 광주에서는 10대 소녀가 13층 상가 건물에서 투신해 사망했으며, 이 과정에서 지나가던 행인 3명을 덮쳐 20대 여성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다. 10일에는 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주차된 차량 위로 추락해 숨졌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고, 10~30대의 주요 사망 원인 역시 자살이다. 최근 들어 청소년과 청년의 극단적 선택이 늘고 있다는 현실은 통계 수치를 보지 않아도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청소년들의 고민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부모와의 갈등, 학업과 진로에 대한 압박, 또래와의 갈등, 불안과 우울, 가정폭력 등 쉽게 꺼내기 어려운 문제들이 얽혀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18년부터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를 운영하며 24시간 365일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비대면 상담망을 구축해왔다. 문자와 SNS를 중심으로 청소년의 생활 패턴에 맞춘 접근성과, 전문 인력의 즉각 대응이 특징이다.
대표 서비스인 ‘다들어줄개’는 앱·카카오톡·문자메시지(1661-5004)를 통해 청소년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겪는 문제를 짧은 한 줄의 문자로 털어놓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서비스는 불안, 무력감, 우울, 가족갈등, 학업 스트레스, 친구관계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전문 상담사가 신속하게 응답하고 도와주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의 전영숙 상담팀장은 “상담은 병든 마음을 치료하고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픔을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위기 청소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힘들면 꼭 말해줘요”
24시간 청소년의 마음을 지키는 ‘다들어줄개’ 전영숙 상담팀장

전영숙 상담팀장은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의 핵심 실무자로, 전국 청소년의 자살예방과 심리상담을 위한 ‘다들어줄개’ 문자상담 시스템을 현장에서 이끌고 있다.
전 팀장은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이 사회 구조의 경고임을 강조하며, 365일 24시간 상담체계의 중요성과 확대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전영숙 상담팀장은 지난 18일 전화와 이메일로 진행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신건강 위기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며 “청소년들이 상담을 받는 데 거리낌 없는 사회적 분위기와 실질적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영숙 팀장과의 일문일답.
Q.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의 상담건수는 얼마나 되나요?
A. 2018년 9월부터 상담을 시작했으며, 연평균 7만 5천건 정도의 케이스를 접수하고 있다.
Q. ‘긴급상황 개입상담’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A. 청소년이 자살·자해 등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 때 신속하게 개입해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적지않은 케이스를 접수했으며, 매월 수십 건을 상담하고 있다. 진행 과정은 위기 인지 → 정보 확보 → 비밀보장 안내 → 경찰·소방 연계 → 현장 출동 및 보호 → 지속적 사후관리로 이어진다.
Q. 현장에서 마주하는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A. 가장 많은 상담 주제는 대인관계, 가족관계, 학업·진로 문제다.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4월, 9~10월에는 상담률과 자살 시도율이 모두 증가한다. 환경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보호가 필요하다.
Q. 청소년 자살률이 높아지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대인관계, 성적과 진로 문제로 인해 부모와 갈등을 겪고, 이로 인해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많다. 특히 2025년 들어서는 가정폭력 신고도 늘었다. 청소년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의 신호다. 따라서 국가와 사회가 함께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Q. 어떤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현재 자살예방 교육은 연 1회 의무교육이나 방송강의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효과가 낮다. 학교 상담 접근률도 입시철이 되면 줄어든다. 반면, ‘다들어줄개’처럼 언제 어디서나, 익명으로 편하게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은 청소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앞으로는 이처럼 시공간 제약 없는, 청소년 친화적 상담 시스템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 상담사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복지 처우도 보완되어야 한다.
Q. 전문 상담사로서의 바람이 있다면요?
A. 정신건강 문제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런데 정규 수업 위주의 학교 교육 구조 속에서 인성교육과 자살예방 교육은 여전히 뒷전이다. 자살예방 교육만큼은 외부 전문가와 연계해 학급 단위로 소규모 상담 프로그램 형태로 진행되면 좋겠다. 청소년들이 자살에 대한 인식과 대처법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자살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 ‘다들어줄개’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문자(1661-5004), 카카오톡, 앱을 통해 청소년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