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는 노인학대 예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고령사회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6월 12일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전라남도가 주최하고 전남서부·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공동 주관했으며, 대한노인회, 노인복지시설 관계자, 공무원, 경찰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노인학대 예방의 날’은 2006년 유엔과 세계노인학대방지망(INPEA)이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예방하기 위해 매년 6월 15일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도 2016년 노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2017년부터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고 범국민적인 인식 확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남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박수정 관장은 24일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노인학대는 개인 문제가 아니다”며,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수정 관장과의 일문일답.
Q. 전남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A. 저희 기관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노인학대 예방과 노인 권익 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을 포함해 총 38개소의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있으며, 전라남도에는 전남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과 전남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각각 서부권과 동부권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전남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순천, 여수, 광양, 구례, 곡성, 고흥, 보성, 장흥, 담양, 화순, 장성 등 동부권 11개 시군을 관할하며, 학대받는 노인과 그 가족에 대해 통합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24시간 노인학대 상담, 예방 교육, 홍보, 협력체계 구축, 인권 보호 등이 있습니다.
Q. 노인학대의 정의와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A.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학대란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유형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체적 학대: 폭력이나 강제적인 행위로 신체에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밀치기·넘어뜨리기·구타·강제 노동·감금 등이 포함됩니다.
정서적 학대: 언어적·비언어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욕설·무시·고립·사회적 관계 방해 등이 해당합니다.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유형입니다.
경제적 학대: 노인의 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노동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행위 등입니다.
성적 학대: 노인의 의사에 반해 신체 접촉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모든 행위입니다.
유기·방임: 부양 의무자가 노인을 버리거나, 의식주와 의료 처치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자기방임: 스스로 돌봄을 거부해 생명에 위협을 초래하는 경우로, 극단적으로는 자살 시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노인학대는 단일 유형보다 여러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중복학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Q. 노인학대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수명의 연장은 자연스럽게 부양·돌봄 부담으로 이어지며, 특히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은 가족 내 학대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정신건강 악화나 알코올 의존도 역시 배우자 간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최근 통계에 따르면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고령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소한 갈등이 학대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죠.
전국 통계를 보면 가해자의 약 40%가 자녀이며, 그중에서도 아들에 의한 학대가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모 세대가 아들에게 정서적·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신고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 체면이나 자녀에게 불이익이 갈까 우려하는 심리 때문입니다. 때문에 사회적 인식 개선과 외부 개입이 매우 중요합니다.
Q. 노인학대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A. 학대 사례 발생 시, 저희 기관은 즉시 사례 개입을 통해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가족 간 갈등 완화를 위한 중재를 실시합니다. 무엇보다 어르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상담을 통해 학대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방 차원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노인학대 예방 교육, 캠페인, 홍보활동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기 상황에 처한 어르신을 위한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최대 4개월 간 무료 숙식 제공과 함께 의료 지원, 심리상담, 체조·미술치료·한지공예·야외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됩니다.
Q. 학대 신고 절차와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A. 노인학대 신고·상담 전화는 1577-1389입니다. 전국 어디서든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필요 시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됩니다. 노인학대는 나와 내 주변의 작은 관심만 있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면, 신고자의 비밀은 철저히 보장된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노인학대는 결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사회 문제입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역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어르신들의 삶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르신들의 여생이 행복할 수 있도록 저희 기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