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흩날리는 봄날, 광양읍 한 식당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오리불고기와 푸짐한 밥상. 사진=문성식

취재에 몰입하다 보면 끼니를 놓치기 일쑤지만, 사람의 이야기가 끝난 뒤 찾아오는 허기는 늘 정직합니다. 이때 마주하는 한 끼의 밥상은 취재의 마무리가 아닌, 현장의 온기를 체감하는 또 다른 시작입니다. ‘취재하다 만난 광양의 밥상’은 일부러 찾아간 맛집이 아닌, 마을 골목과 삶의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음식들을 기록합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과 혼자서도 어색하지 않은 자리, 그 속에서 말없이 오가는 투박한 정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기록들이 광양의 소박한 풍경을 깨우고,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삶을 확인하는 정겨운 이정표가 되길 소망합니다.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날이었습니다. 취재 길에 오른 발걸음 위로 하얀 꽃잎이 내려앉고, 광양읍의 골목은 어느새 봄빛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풍경의 이면에는 또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문을 닫은 가게들, 빛이 바랜 간판들, 그리고 발길이 줄어든 거리의 고요함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읍내에는 시니어들만 남아 간다”는 말이 실감 나는 풍경입니다.

도심은 점점 낡아가고, 사람들은 떠나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이들의 삶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래된 골목과 낮은 건물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온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고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취재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덧 점심때가 훌쩍 지났습니다. 꽃비는 여전히 흩날리고, 바람은 봄답지 않게 차갑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몸을 따뜻하게 해줄 한 끼가 간절해집니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광양읍의 한 오리불고기집이었습니다.

광양읍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시니어들, 조용히 이어지는 일상의 풍경. 사진=문성식
비 내린 골목길 끝, 따뜻한 한 끼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머무는 오리불고기 식당. 사진=문성식

문을 열고 들어서자 구수한 불향이 먼저 맞아옵니다. 넓지 않은 식당 안에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시니어들입니다. 조용히 식사를 이어가면서도 서로 안부를 묻는 따뜻한 말들이 오갑니다.

“요즘은 몸이 예전 같지 않네.”

웃음 섞인 한숨이지만, 그 안에는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옆자리에서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집에서 받아 온 참다래 수액이라며 한 잔을 권합니다. 달큰한 고로쇠 수액과는 다른 담백한 맛이지만, 목 넘김은 의외로 부드럽고 개운합니다. 몸에 부담이 없다는 말처럼, 한 잔 더 받아 마셔 봅니다. 작은 나눔 속에서도 건강을 챙기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잠시 후, 달궈진 불판 위에 양념된 오리고기가 올라옵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채우고, 달큰하면서도 깊은 향이 퍼집니다.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습니다.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맛이 입안을 채우고, 은은한 불향이 뒤따릅니다.

상추와 깻잎에 싸서 먹으니 봄의 향과 고기의 풍미가 어우러져 더욱 깊은 맛을 냅니다.

시니어를 위한 한 끼, 오리고기의 가치

오리고기는 예로부터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기력 회복에 좋습니다. 특히 몸에 열을 내리는 성질이 있어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전해집니다. 시니어들에게는 소화 부담이 적으면서도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입니다.

최근에는 과도하게 자극적인 음식보다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맛을 찾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리불고기는 ‘맛’과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식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리불고기가 익어가는 식탁 위, 지인이 건넨 참다래 수액 한 잔이 봄날의 점심을 더욱 정겹게 한다. 사진=문성식
광양읍 골목 식당 안, 시니어들이 모여 앉아 정겨운 한 끼를 나누는 모습. 사진=문성식

기억 속 밥상, 삶의 위로가 되다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시골에서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고기를 쉽게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집안에 일이 있거나 손님이 오면 오리를 잡아 큰 가마솥에 삶아 국을 끓이거나, 들깨와 미나리 등 채소를 듬뿍 넣어 오리탕을 해 먹곤 했습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나누던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삶을 견디게 하는 위로였습니다.

지금은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그때의 밥상은 여전히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골목은 늙어가도, 사람의 온기는 남는다

식사를 하던 중, 옆자리 어르신 한 분이 말을 건넵니다.

“이 나이 되니까 말이여, 맛있는 것보다 몸에 좋은 걸 찾게 되더라고.”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긴 세월의 경험이 담겨 있었습니다.

광양읍의 골목은 변해가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남은 자리에는 시니어들의 삶이 조용히 이어집니다. 상권은 줄어들고, 거리는 한산해지지만, 그 속에서도 식당 한켠의 밥상은 여전히 사람을 이어 줍니다.

어쩌면 도시는 늙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간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 끼 밥상이 이어주는 삶

오리불고기 한 점을 다시 입에 넣으며 생각해 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거창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루를 버티게 하는 한 끼 밥상에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벚꽃은 금세 지겠지만,

그날의 밥상과 사람들의 온기는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온기가, 시니어들의 내일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맛집 정보]

상호: 낭낭오리집 광양점
전화: 061-761-6625
주소: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 은장도길 58, 1층
대표 메뉴: 오리불고기, 생오리, 오리주물럭
특징: 담백한 맛, 푸짐한 양, 합리적인 가격, 시니어 친화적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