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아침, 광양읍 중심에 자리한 유당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화려함은 없지만, 500년 세월을 견뎌온 숲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단순한 도심 공원이 아니라, 조선 중종 때 문신 박세후가 조성한 광양읍수가 남아 있는 역사 현장이다.
바다에서 읍성이 보이지 않도록 조성한 보안림이자, 거센 바닷바람을 막아주던 방풍림. 세월이 흘러 성곽은 사라졌지만, 이팝나무와 느티나무, 팽나무 같은 노거수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는 계절이 바뀌면 흰 꽃으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지금은 잎을 모두 내려놓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더 깊은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공원 한편에 모여 있는 비석들도 눈길을 끈다. 지역을 위해 헌신했던 인물들의 이름과 사연이 새겨진 비군은, 우리 고장의 시간을 차분히 들려준다. 또한 이곳은 동학농민운동과 여순사건,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의 아픔을 함께 겪은 장소이기도 하다. 숲은 말이 없지만, 그 세월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공원둘레길을 걷다 보니 마음의 속도도 자연스레 느려졌다. 바람 소리와 햇살, 그리고 오래된 나무의 그림자가 건네는 위로가 따뜻하다. 바쁘게 살아온 우리 시니어 세대에게 유당공원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쉼의 공간이 아닐까.
공원 인근에는 1일과 6일마다 열리는 광양오일장을 비롯해 전남도립미술관, 광양예술창고, 인서리공원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장터의 정겨움과 전시장의 품격, 복합문화공간의 열린 분위기를 함께 누리며 하루를 천천히 보내기 좋다.
올겨울, 가까운 숲길에서 천천히 걸어보시길 권한다. 오래된 나무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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