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구석구석 보이는 여러 모양의 ‘삶’에서, 작가의 세심함이 느껴집니다. 사진='우리 가족입니다'(이혜란/보림출판사)
종일 분주하게 일하며 아이 둘을 키우는 부부에게 느닷없이 나타난, 치매 걸린 할머니.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사진=’우리 가족입니다'(이혜란/보림출판사)
요강을 엎고, 옷장에 젓갈을 넣어두고, 길거리에서 자고, 옷에 똥을 싸는 할머니가 아이들은 불편하고 싫습니다. 그래서 아빠에게 할머니를 시골로 다시 보내자며 투정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아빠의 엄마라고. 사진=’우리 가족입니다'(이혜란/보림출판사)

#1. 따듯한 그림책을 마주하다

표지를 들여다보는데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작가의 세심함이 보였어요. 구석구석, 여러 모양의 ‘삶’에서 사람냄새가 났습니다. 작가는 분명 주변인에게도 마음 기울이는, 좋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에 망설임없이 그램책을 집어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2. 이야기 줄거리

살림방이 딸려 있는 작은 중국집이 배경입니다. 어린아이 둘과 부부가 사는 이 집에, 시골에 계시던 할머니가 불쑥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종일 분주하게 일하며 아이 둘을 키우는 부부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부부는 치매 걸린 할머니를 묵묵히 돌봅니다.

요강을 엎기도 하고, 옷장에 젓갈을 넣어놓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자고, 옷에 똥을 싸는 할머니가 아이들은 불편하고 싫습니다. 그래서 아빠에게 할머니를 시골로 다시 보내자고 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합니다. 할머니는 아빠의 엄마라고. 비록 어린 아들을 버린 엄마였을지라도 말이지요.

#3.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우리

우여곡절 끝에 작가는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나, 동생, 할머니. 이렇게 다섯 명’이라고 고백합니다.  “아빠, 나 또 일 센티 컸다!”고 외치는 문장에서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는 듯한 어린 시절 작가의 마음이 읽혀 뭉클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마음은 조금씩 자라납니다.

#4. 작가의 가족사

그림책 말미에서 작가는 고백합니다. 삼십 년 넘도록 마음에 두었던 자신의 가족 이야기라고. 엄마에게 버려져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아버지는 난데없이 치매에 걸려 나타난 엄마를 순순히 받아들입니다.  그림책에서처럼 할머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부모님에게 일을 보태는 존재였다고 하네요. 그래도 작가의 부모님은 불평 한마디 없이 할머니를 공경했고,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란 작가는 그런 덕분에 또래 아이들보다 넉넉한 품을 지니게 된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5. 핵가족 시대, 더 깊어지는 가족의 의미

현대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핵가족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나아가 요즘은 1인 가구도 점점 늘고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이 더 깊고 무겁게 다가옵니다. 함께 밥 먹고, 함께 살아가는 자체가 축복입니다.

이혜란 작가의 그림책 ‘우리 가족입니다’는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도, 싫어지거나 미워져도, 서로를 품고 기댈 수 있는 사람들. 바로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