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방을 너무 오래 비워놓았습니다. 고민이 길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6주간에 걸쳐 광양시니어클럽에서 진행한 ‘인재 양성 교육’ 프로그램 중 <홍보컨텐츠 전문가> 교육을 받고, 올해 1월 시니어 신문 기자가 됐습니다. 그 후 온라인 기자 교육이 또 있었는데, 자기소개 겸 특·장기 소개하라는 말에 그림책 이야기를 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되긴 했지만, 13년간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대상으로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했던 일을요. 여건이 허락된다면 그림책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때 교육을 진행하던 시니어 신문 장한형 대표님이 선뜻 <경험거래소> 개설을 제안했습니다. 간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자랑이 너무 과했나 싶었습니다. 말이 13년이지, 겨우 일주일에 한 번 허겁지겁 달려가 아이들이랑 놀 듯 지낸 일에 불과했기 때문이었죠.
그랬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할 수밖에 없던 건 그날이 제 가게가 쉬는 날인 까닭입니다. 산골짜기 계곡 옆에서 손님 맞느라 주말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서, 늑장 부려도 좋은 월요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늦잠 자는 바람에 병설 유치원 다니는 딸이 스쿨버스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시내버스를 태울 수 있는 나이도 아닐뿐더러 정류장까지는 너무 멀어서 하는 수없이 데려다줘야 했지요.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유치원 교실에는 어린아이 서넛이 놀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출근 전이었던 겁니다. 그 속에 딸을 놓고 오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른 없이 아이들만 있는 게 불안했습니다. 선생님 올 때까지만 놀아주기로 했습니다. 낯선 아이들과 어정쩡하게 인사 나누고는 교실에 있던 그림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게 계기가 돼서 13년을 달렸습니다. 남편은 월요일이면 늘 퉁퉁거렸습니다. “힘들어 죽겠다면서 어떻게 월요일만 되면 애보다 더 신이 나나?”
그림책이 더 좋아진 까닭이 있습니다. 아이들 위한다고 읽다가 제가 깨달음을 얻은 날이 많습니다. 어느 땐 양심에 찔려서 차마 읽지 못한 그림책도 있습니다.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염치없어서 말이지요.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아니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은 그림책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그림책을 홍보하고 다녔습니다. 가끔은 요양원에 가서 읽어드리기도 했습니다. 하여, 시니어 신문 한구석에 그림책 방 만든 건 정말 유의미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요즘 그림책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림책 작가들부터 심리학자, 교수, 그리고 그림책 고수들의 넓고 깊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베테랑도 아닙니다. 그림책을 면밀하게 공부한 적도 없습니다. 다만 그림책이 좋아 시간 쪼개서 그림책 모임에 달려간 게 다였습니다. 자랑이라면, 그때 저의 그림책 읽어주는 일이 알려지면서 광양교육지원청 안에 ‘인성동화맘’ 모임(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이 생긴 겁니다.
이 방에서 저는 사부작사부작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림책에 관련된 거라면 어떤 이야기라도 늘어놓으려 합니다. 혹시 어쩌다 무식한 소리 하거든, 댓글로 꼬집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