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양의 한 골목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추어탕 냄새가 퍼지는 이 곳은 83세 조순이 어르신이 지켜온 ‘어머니추어탕’이다. 순천에서 35년, 광양으로 옮겨온 뒤 11년. 조 어르신은 46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추어탕 한 길을 걸어왔다.
연세가 여든을 넘기며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조 어르신은 “손님들이 일하는 게 건강에 좋으니 계속하라고 한다”며 웃는다. 반대로 “이제는 그만 쉬라”며 걱정해주는 손님도 있단다. 가끔 마음이 흔들리지만, “조금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국 솥 앞에 선다.
‘어머니추어탕’이 오래 사랑받는 비결은 국내산 재료와 진하게 우려낸 깊은 맛에 있다. 조 어르신은 신선하고 좋은 재료만을 고집하고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야지요.” 그 마음 덕분에 국물 맛은 수십 년째 변함이 없다. 단골손님들이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이유다.
또 하나, 이 집의 시그니처 밑반찬, 무생채무침을 빼놓을 수 없다. 예전 부뚜막에서 발효시켜 만들던 수제막걸리 식초를 지금껏 직접 만드신다고 한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식초로 무친 것과 달리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어머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맛이 있나!’
조 어르신의 삶은 고단했지만 묵묵했다. 농사를 짓다 요식업에 뛰어들었고, 힘든 와중에도 아이들 모두 공부시키며 뒷바라지를 해냈다. “80년 초반이었어요. 먹고 살기 바쁠 때였지요. 큰 꿈이 있었다기보다는 가족들 굶기지 않으려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장사 안 했으면 애들 못 가르쳤지요.” 담담한 말 속에 세월의 무게가 묻어난다.
조 어르신은 “조금 더 하다가 미혼인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쉬는 것보다는, 이어가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시레기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식품이지요. 우리 몸에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해 주는 영양공급원이래요.” 어르신은 시레기 예찬을 하신다.
최근에는 시레기가 현대인의 건강 식품으로 재조명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시레기 듬뿍 들어간 추어탕을 우리 젊은이들도 자주 찾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조 어르신은 국을 저으며 손님을 맞는다. 추어탕 한 그릇에는 어머니의 손맛과 함께, 한 시대를 버텨낸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