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에 몰입하다 보면 끼니를 놓치기 일쑤지만, 사람의 이야기가 끝난 뒤 찾아오는 허기는 늘 정직합니다. 이때 마주하는 한 끼의 밥상은 취재의 마무리가 아닌, 현장의 온기를 체감하는 또 다른 시작입니다. ‘취재하다 만난 광양의 밥상’은 일부러 찾아간 맛집이 아닌, 마을 골목과 삶의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음식들을 기록합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과 혼자서도 어색하지 않은 자리, 그 속에서 말없이 오가는 투박한 정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기록들이 광양의 소박한 풍경을 깨우고,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삶을 확인하는 정겨운 이정표가 되길 소망합니다.
취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점심때가 훌쩍 지나 있었다.
돈탁마을과 중산마을을 오가며 어르신들의 기억을 받아 적다 보니 배보다 마음이 먼저 허해졌다. 오래 묵은 이야기를 듣고 나면 늘 그렇다. 삶의 결을 기록하는 일은 공복을 잊게 하지만, 끝나고 나면 허기는 더 깊어진다.
전남 광양이다.
섬진강 끝자락에서 매화를 타고 봄이 일찍 오는 곳. 오늘은 광양의 마을을 걷다 자연스럽게 한 끼의 밥상을 찾게 됐다. 광양 하면 떠오르는 재첩 음식을 생각하며 진월면 진선식당과 청룡식당을 찾았지만, 월요일은 휴무였다. 인근 식당들도 문이 닫혀 있었다.
그때 문득 섬진강 휴게소가 떠올랐다.
예전, 우동 한 그릇이 생각날 때 저녁 무렵 들르곤 했던 곳이다. 이 휴게소에는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아도 출입할 수 있는 후문이 있다. 버스 환승객과 인근 주민, 섬진강 자전거길을 오가는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문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제법 차 있었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 일행과 함께 온 사람, 짧은 점심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뒤섞여 있다. 입구에는 키오스크 주문대가 놓여 있다. 요즘은 시니어들도 키오스크 사용법을 모르면 식사 한 끼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 카드 결제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식탁 옆에는 QR코드로 주문하면 할인 혜택이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오늘 선택한 메뉴는 ‘청매실재첩비빔밥(9500원)’이다.
취재 주제와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음식이다.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이 차려졌다. 아삭아삭 씹히는 청매실의 상큼함과 짭조름한 재첩의 맛이 고르게 어우러진다. 함께 나온 재첩국이 목을 부드럽게 적셔 준다. 숟가락이 몇 번 오가자 밥이 금세 줄어든다.
문득 오래전 풍경이 떠오른다.
들판에서 풀을 베고 돌아와 보리밥에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던 시절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속을 편안하게 하는 맛, 고향집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밥상이다. 시니어에게는 과하지 않고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음식이다.
옆자리에는 60대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혼자 돈까스를 먹고 있었다.
유난히 맛있게 먹는 모습에 말을 건넸다.
“여기 돈까스가 맛있어요. 돈까스 생각나면 혼자 와요.”
혼자 먹는 밥이 어색하지 않은 곳, 이 휴게소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섬진강 휴게소는 부산과 순천·목포를 잇는 남해고속도로의 양방향 휴게소다. 육교로 연결된 환승형 구조로, 1974년 준공기념탑이 서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재첩국과 재첩비빔밥 같은 지역 특산 메뉴는 물론, 돈까스와 우동, 한식 메뉴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위생 등급 ‘매우 우수’ 인증을 받은 깔끔한 식당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식사를 마치고 후문으로 나오면 섬진강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망덕과 배알도에서 시작해 청매실농원, 하동과 구례를 지나 전북 진안까지 닿는 길이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면 길 양옆으로 꽃터널이 펼쳐진다.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가슴 깊이 스며든다.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다음 취재지가 조금 덜 멀게 느껴졌다.
오늘도 취재하다 만난 광양의 밥상은 그렇게, 사람의 시간과 함께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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