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망덕포구 정병욱 가옥 야경. 올해로 건립 100주년을 맞는 정병욱 가옥은 1925년 양조장과 주택을 겸해 지어진 가옥으로 유고를 보존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에 올랐으며, 광양시는 국내외 윤동주의 발자취를 잇는 윤동주 테마관광상품 운영 여행사와 개별관광객 등에 인센티브 지원 사업을 벌이는 등 광양과 윤동주의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브랜딩하고 있다. 사진=광양시
2000년대 광양시와 관계 기관은 정병욱 가옥의 역사적 가치를 인지하고 보수·정비 사업을 진행했으며, 마루 밑에 숨겼다고 전해지는 항아리 보관 장면을 복원·전시했다. 윤동주는 1941년 졸업을 앞두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고 3부를 자필로 작성했는데, 한 부는 자신이, 한 부는 은사 이양하 교수, 그리고 한 부는 절친한 후배 정병욱(1922~1982)에게 건넸다. 이후 정병욱은 1944년 학병으로 끌려가게 되자 원고를 어머니에게 맡기며 “반드시 잘 보관해 달라”고 당부했다. 어머니는 명주 보자기로 소중히 감싼 유고를 항아리에 넣어 마룻바닥 아래에 숨겨두었다. 광복 후 정병욱은 귀향해 가옥 마루 아래에 보존되어 있던 원고를 회수했고, 윤동주의 시는 1948년 정식으로 출간되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문학사에 빛나는 한 획을 그었다. 사진=배진연
정병욱 가옥 옆 안내판. 개보수 전의 정병욱 가옥과 윤동주와 정병욱의 만남, 윤동주 연대기, 정병욱 연대기, 정병욱의 어머니 등에 대한 내용이 안내되어 있다. 사진=배진연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받은 윤동주 선생의 시를 시비에 새겨 그의 저항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정원이다. 망덕포구를 거점으로 윤동주 유고를 보존한 정병욱 가옥과 연계한 테마공원으로, 윤동주 시집에 수록된 시 31편을 시비에 새겨 감성적이고 이색적인 공간으로 재창조해 윤동주의 저항정신을 기리고자 했다. 사진=배진연
윤동주 시 정원 전경. 이곳에는 ‘서시’를 비롯해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시대의 어둠을 비춘 등불 같은 시들이 돌에 깊이 새겨져 있으며, 문학 테마 공간으로 조성돼 순례자와 관광객이 찾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사진=배진연
자화상: 시에는 우물 속의 ‘사나이’가 등장하고, 그를 들여다보는 ‘나’가 있다. 이 둘은 양분된 자아로서 부정과 긍정을 거듭하다가 화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산문시의 부드러운 수사 속에 비교적 행복한 자기 몰두를 보여주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애증을 통해 식민지 아들의 슬픔을 절절하게 부각시켜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는 점이다(해설 일부 인용). 사진=배진연
윤동주 시 정원 옆 카페. 조금 전 눈으로 읽은 윤동주의 시를 음미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배진연
‘별헤는다리’ 야경. 윤동주 유고를 보존한 정병욱 가옥이 있는 망덕포구에는 망덕포구와 배알도 섬 정원을 잇는 해상보도교 ‘별헤는다리’를 비롯해 동주카페, 별헤는강 등 윤동주 시인과 그의 시를 모티브로 한 공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진=광양시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에 남은 목조건물 한 채가 또렷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25년 지어진 ‘정병욱 가옥’은 민족시인 윤동주(1917~1945)의 육필 유고 일부를 보존한 장소로 전해지며, 이 원고들은 해방 이후 모여 1948년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출간으로 이어졌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 집은 ‘기억을 지키는 공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병욱 가옥은 1925년 건립된 점포형 주택 겸 양조장 구조로, 지역적 특성이 잘 남아 있는 근대 목조건물이다. 2007년 국가등록문화재 제341호로 지정돼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2025년 현재 건축 100년을 맞았다.

연희전문학교 시절(1941년경) 윤동주는 자신의 작품을 모아 시집 출간을 준비했으나, 일제의 검열과 시대 상황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자필 원고를 세 부 촬영·필사해 자신과 은사 이양하 교수, 후배 정병욱에게 나눠 주었는데, 이 가운데 한 부가 정병욱에게 전달됐다. 정병욱은 일제 말기 학병 등으로 집을 비우게 되자 어머니에게 원고를 맡겼고, 어머니는 이를 명주 보자기로 겹겹이 싸서 항아리에 넣어 마룻바닥 아래에 숨겨 보관했다. 이 ‘마루 밑 항아리’ 이야기는 가옥의 핵심 전승으로, 현재 내부 전시에서 그 장면이 재현돼 있다.

광복 후 정병욱은 귀향해 마루 밑에 보관돼 있던 유고를 회수했고, 1948년 정음사에서 유고 31편을 묶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간행했다. 초판과 관련해 1948년 1~2월에 걸쳐 추모와 간행 작업이 이뤄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출간 과정에서 정병욱과 유족, 출판 관계자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윤동주(1917년 12월 30일~1945년 2월 16일)는 북간도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일제 말 항일 혐의로 투옥돼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그의 짧은 생애와 유고는 해방 이후 한국 현대시의 중요한 유산이 됐다. 정병욱(1922~1982년)은 연희전문 동기이자 후배로, 학자로 활동하며 윤동주의 유고 보존과 간행에 기여했다.

2000년대 이후 광양시와 관계 기관은 가옥의 역사적 가치를 인지하고 보수·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마루 밑 항아리 보관 장면을 복원·전시했으며, 가옥에서 약 500m 떨어진 ‘윤동주 시 정원’에는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윤동주의 시 31편을 시비에 새겨 문학 테마 공간으로 조성했다.

망덕포구 일대에는 해상보도교 ‘별헤는다리’를 비롯해 동주카페, 별헤는강 등 윤동주의 시를 모티브로 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곳은 관광 안내와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경제와 문화적 기억이 결합된 사례로 소개되고 있으며, 방문 안내와 주소 정보는 광양시 문화관광 안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권의 시집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육필 원고를 지켜낸 집’이라는 물리적 장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문학사 기록 보존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또한 윤동주와 정병욱의 우정, 정병욱 어머니의 작은 실천이 식민 통치와 검열 속에서 ‘문화적 생존’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정서적 울림이 크다. 오늘의 정병욱 가옥은 그 울림을 전하는 현장이자, 방문객이 과거와 연결될 수 있는 ‘기억의 장소’로 남아 있다.

이현주 광양시 관광과장은 “윤동주는 생전에 원하던 시집을 출간하지 못하고, 독립운동 혐의로 광복을 보지 못한 채 형무소에서 순국했지만, 그의 시를 알아본 후배 정병욱의 우정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나는 시인으로 남았다”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윤동주의 친필 유고를 지켜낸 역사적 장소를 만날 수 있는 광양여행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