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은 존재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삶이 강아지똥과 닮아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진='강아지똥'(글 권정생/그림 정승각, 길벗어린이)
‘강아지똥’은 그렇게 세상으로 나왔어요. 그냥 태어났어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세상에 존재하게 된 거죠. 자기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로… 사진=’강아지똥'(글 권정생/그림 정승각, 길벗어린이)
강아지똥은 처음부터 스스로를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씌워놓은 틀이었죠. 사진=’강아지똥'(글 권정생/그림 정승각, 길벗어린이)

# 1. 들어가는 말 – 『강아지똥』과의 첫 만남, 첫 느낌

17~8년 전쯤의 일입니다. 당시 제가 학교에서 그림책 읽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책 몇 권을 안고 찾아왔어요. 그중 하나가 ‘강아지똥'(글 권정생/그림 정승각, 길벗어린이)이었습니다. 동네서 친하게 지내는 작가가 그린 거라며 정승각 작가를 말했고, 이야기 작가인 권정생 선생님과도 일면식이 있노라 덧붙였지요.

처음엔 ‘뭔 똥이야?’ 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읽다가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자존감 무너진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장면에서 말이지요. 순간, ‘존재의 가치’라는 말이 마음에 내려앉았습니다.

# 2. 줄거리와 반전의 메시지

이야기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돌이네 강아지 흰둥이가 돌담 옆에 똥을 눕니다. 세상에 막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똥에게 참새와 흙덩이, 어미 닭이 “더럽다”고 외칩니다. 그 말에 강아지똥은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민들레가 말합니다. “네가 필요해.”

그 한마디에 강아지똥의 귀가 번쩍 열리고, 강아지똥은 자신을 민들레의 거름으로 기꺼이 내어줍니다.

# 3.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아이들은 ‘똥’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환호가 터집니다. “똥!” 하고 외치는 순간, 자지러지듯 웃지요. 『강아지똥』은 유명한 그림책 중 하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나 엄마들은 알 거예요. 그토록 흔한 책을 제 첫 그림책으로 소개하는 이유는, ‘존재의 가치’를 가장 선명하게 전해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어떤 사람도, 어떤 존재도 ‘쓸모없음’이라는 말로 평가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 4. 권정생 선생님의 삶

더불어 이 책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글을 쓰신 권정생 선생님의 삶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분의 일생은 고귀하면서도 참 애처롭지요. 소박한 삶 속에서 쓴 글들이 이렇게 마음을 붙드는 능력이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우연히 강아지가 똥 누는 걸 봤고, 며칠 후 그 자리에 있던 민들레에서 꽃이 피는 걸 발견하고는 며칠 밤낮을 애태우며 이 글을 쓰셨다는 권정생 선생님. 그래서 선생님 삶도 강아지똥을 닮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당신은 초라하게 살았지만, 늘 이웃과 어린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사셨답니다.

https://youtu.be/B8dOBfQQCU8?si=8-VV7tapdpxB11II

# 5. 전하고 싶은 한 가지

끝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처음부터 스스로를 낮게 보지 않습니다. 강아지똥도 처음부터 “나는 더러운 존재야.”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참새나 흙덩이, 어미 닭이 먼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 틀 안에 갇혀버린 거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존재를 무시하는 말이나 자존감을 짓밟는 표현, 멸시하는 눈빛은 반드시 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로 한 존재의 삶 전체를 정의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 6. 마무리 –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부디 이 그림책이, 아이들에겐 “너는 소중한 존재야.”라는 말로, 어른들에겐 “타인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라는 메시지로 닿기를 바랍니다.